창너머 풍경/독서 - 빌리는 말

모멘트(THE MOMENT)- 더글라스 케네디

다연바람숲 2011. 11. 29. 20:41

 

 

 

 

 

우리는 바라는 걸 얻으리라는 기대로 이튿날을 기다린다. 하지만 바라는 걸 얻게 되리라는 보장은 그 어디에도 없다는 걸 우리 자신이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결국 기다림이란 자신의 바람이 이루어지리라는 믿음에 기초할 뿐이다. 하지만 그 바람을 서둘러 드러내면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관심을 보이되 속이 들여다보이면 안 된다. 그것이 기다림이다.

 

                                                                             제 3부 page 165

 

사랑할 때 지켜야 할 규칙이 있다면 '연인에게서 느끼는 스트레스나 두려움을 남에게 털어놓지 말아야 한다는 것' 이다. 물론 관계가 삐걱거리고 문제가 생겼을 경우 친구에게 조언을 구하는 거야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둘 사이에서 벌어진 일은 절대로 발설하지 말아야 한다. 애인에 대한 신뢰를 깨뜨리는 일이기 때문은 아니다. 남에게 둘만의 일을 말하면 그 사랑의 심오함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며, 암세포로 가득 찬 세상에서 둘만이 쌓아올린 성벽이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둘만의 성벽을 지키겠다는 건 로맨틱한 희망사항에 불과한지도 모르지만.

 

                                                                              제 3부 page 264 ~ 265

 

'자존심은 가장 파괴적인 힘이야. 자존심이 우리 눈을 가리지. 자존심 때문에 눈이 멀면 자신을 보호하려는 이기적인 생각밖에 못하게돼. 그럼 우린 주위를 올바로 볼 수 없게 되지. 자존심 때문에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가게 되는 거야. 진실의 소리가 들려와도 귀를 완전히 닫아버리지. 내 생애 단 한 번뿐이었던 진정한 사랑을 만나고도 끝내 잃어버리게 된 건 그 빌어먹을 자존심 때문이었어.'

 

                                                                              제 5부 page 541

 

토마스, 당신이 내 인생의 진정한 짝이라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당신 이전에도 이후에도 당신만큼 나를 사랑해줄 남자가 없을 거라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나는 끝내 당신을 선택하지 못한 거야. 당신과 함께 한 순간, 아주 특별한 그 순간들을 나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내 가슴에만 묻은 채 무덤까지 가져가겠지. 너무나 슬프게도.

 

우리가 순간을 붙잡지 못한다면 그 순간은 그저 '하나의 순간'에 불과할 뿐이야. 그런 인생은 단지 의미 없는 시간의 흐름일 뿐이라 생각해. 주어진 생명이 다할 때까지 멈추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뿐인 순간들의 합.

 

                                                                              제 5부 page 568

 

당신을 사랑한 것, 당신에게 사랑을 받은 건 나에게 정말이지 더할 수 없는 선물이었어. 나는 당신의 짝이었고, 당신은 내 짝이었지. 다가온 순간, 지나간 순간, 나는 지금도 우리를 생각하면서 울어.

 사랑해. 그때도 지금도 영원히.

 

                                                                              제 5부 page 570

 

인간도 도시처럼 겉모습을 싹 바꿀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의 자신을 존재하게 만든 과거의 이야기를 바꿀 수는 없다. 복잡한 인생의 순간순간이 수없이 모여 이루어진 이야기. 즐거움과 두려움, 의욕과 무기력, 빛과 어둠.

 

 그동안 살면서 겪은 일들이 모여 존재하는 게 인간이다. 그리고 우리 인간은 그 모두를 짊어지고 살아가야 한다. 우리에게 결핍된 것, 간절히 바랐지만 결코 손에 넣을 수 없었던 것, 전혀 바라지 않았지만 결국 가지게 된 것, 찾아내고 잃어버린 것. 그 모두를.

 

 

                                                                              제 5부 page 573

 

우리는 운명을 어쩔 수 없는 일로 여긴다. 하지만 운명을 조종하는 건 언제나 자기 자신이다. 자기도 모르는 새, 자신의 바람과 달리, 우리는 자기 자신의 운명을 조종한다. 아무리 끔찍한 비극과 맞닥뜨려도 우리는 그 비극에 걸려 넘어질지 아니면 넘어서서 앞으로 나아갈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비극에 맞설지 피할지도 선택할 수 있다. 가족에게 구속될 걸 두려워하면서도 가정을 이루는 길을 선택할 수도 있다. 영원히 오점으로 남을 결정이란 걸 알면서도 그대로 밀어붙이는 길을 선택할 수도 있다. 사랑을 받아들일지 피할지도 선택할 수 있다.

 

                                                                              제 5부 page 574

 

"누구나 희망을 품고 살아야 해. 모든 걸 잃어버렸다는 생각이 들때에도 우리는 늘 인생이 바뀔 수 있다고, 가능성이 얼마든지 남아있다고, 자신을 설득해야만 해."

 

                                                                               제 5부 page 589

 

어쨌든 인생은 선택이다. 우리는 늘 자신이 선택한 시나리오로 스스로를 설득해야 하고, 앞으로 전진해야 하고, 좋은 일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품어야 한다. 아니 적어도 우리에게 주어진 이 길지 않은 인생을 가치있게 만들어야 하고, 어느 정도는 뜻대로 완성해 가야 한다.

완성.

인생에서'완성' 될 수 있는 게 과연 있을까? 아니면 그저 잃어버린 것과 우연히 마주치는 게 인생의 전부일까?

 

                                                                                제 5부 page 590

 

사랑은 늘 가장 중요한 발견이다. 계속 줄어드는 인생의 시간. 그 시간의 흐름을 줄이는 사랑이 없다면, 인생이라는 머나먼 여정에 진정한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이 없다면 우리는 과연 어떻게 삶을 견딜 수 있을까?

 

                                                                                 제 5부 page 591

 

길이 있다. 새로운 날이 있다. 눈앞에 기다리는 것들이 있다. 깨달음을 줄 심오한 무엇을 바라는 희망. 다시는 못 느낄 생각. 인생의 제2장으로 들어설 거라고 스스로를 타이를 필요. 앞으로 나아가고 싶은 충동. 인간 실존의 중심에 있는 고독. 타인과 연결되고 싶은 욕망. 타인과 연결될 때 피할 수 없는 두려움.

이 모든 것의 한가운데에 ......

순간이 있다.

모든 걸 바꿀 수 있는 순간, 아무것도 바꿀 수 없는 순간, 우리 앞에 놓인 순간, 우리가 누구인지, 우리가 찾는 것이 무엇인지, 우리가 간절히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결코 얻을 수 없는 게 무엇인지 알려 주는 순간.

 

우리는 순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아주 짧은 찰나라도 순간으로부터 진정 자유로울 수 있을까?

 

                                                                                제 5부 page 592 마지막 부분

 

 

  저자 더글라스 케네디

 

1955년 뉴욕 맨해튼에서 태어났으며 열 권 이상의 소설과 다수의 여행기를 출간했다.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영국에서 주로 살고 있다. 조국에 대해 매우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하고 있는 작가로 유명하다. 전 세계적으로 명성이 자자하지만 특히 유럽, 그중에서도 프랑스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자랑한다. 2006년에는 프랑스문화원으로부터 기사 작위를 수여받았다. 2009년 11월에는 프랑스의 유명 신문인 '피가로'지에서 수여하는 그랑프리상을 받기도 했다. 프랑스 사람들은 왜 더글라스 케네디의 소설에 열광할까? 외면적으로는 그가 정치적으로 미국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작가의 소설 전반에 녹아 들어있는 박학다식한 면모, 등장인물에 대한 완벽한 탐구, 대자연에 대한 신비롭고 장엄한 묘사, 풍부한 예술적 소양이 크게 어필하기 때문일 것이다. 세계 각지로의 다양한 여행 경험이 작가적인 바탕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빅 픽처' 는 더글라스 케네디의 대표작으로 그의 매력이 유감없이 발휘된 소설이다. 현재 프랑스에서 영화화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주요작품으로 'The Dead Heart','The Job', 'A Special Relationship'등이 있으며 격찬을 받은 여행기로 'Beyond the Pyramids','In God's Country'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