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너머 풍경/독서 - 빌리는 말

오늘이 지루한가, 그러나 그 평온이 행복이다

다연바람숲 2011. 8. 20. 20:21

 

 

 

 

 

 

남편이 참 좋은 사람이라는 사실, 생의 마지막 순간에는 결국 자신의 아이가 보고 싶어진다는 사실, 내 인생의 가장 소중한 것들은 바로 생의 마지막 순간에 알게 되는 것들이라는 사실, 그것을 깨닫기 위해 너무나 큰 희생을 치러야 했던 에마. 현실은 지리멸렬하니 보다 화려한 생을 다오. 내 모습은 초라하니 보다 아름다운 자태를 다오. 결혼은 지루하니 뜨거운 사랑을 다오..... 오늘보다 어제에 매달리고, 곁에 있는 사람보다 멀리 있는 사람을 꿈꾸며, 현실보다 환상과 꿈에 취해 살았던 에마. 그렇듯 내게 없는 것을 갈망하며 불행하게 살았던 에마가 우리를 향해 말한다. 그토록 지루했던 평온이 바로 행복이었다고. 그러니 일상의 축복을 잘 꼽아보고, 그 축복을 크게 느껴보라고.

 

물고기는 물속에 있을 때는 그 어느 곳으로든 갈 수 있는 자유와 행복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자신이 자유롭고 행복한 존재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사람들이 쳐놓은 그물에 걸려 땅위에 올라오고 난 후에야 비로소 그때가 행복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행복한 순간에는 행복한 줄 몰랐다가 행복이 지나고 나서야 '아, 그땐 참 행복했는데' 하며 후회하는 일은 물고기나 사람이나 별다르지 않다. 행복은 언제나 그렇게 떠나가면서 제 모습을 보여준다. 물건도 그렇다. 가지고 있을 때는 모르다가 꼭 잃어버린 후에야 소중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건 사람도 마찬가지. 함께 있을 때는 그 사람이 소중하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다가 떠난 후에야 그가 내 인생의 유일한 사람이었음을 알고 눈물짓는다.

 

그렇게 우리는, 뒤늦게 깨닫는 느림보들이다. 그러니 보봐리부인은 21세기의 거리에도 수많은 모습으로 걸어다니고 있다. 행복은 보이지 않는다. 만질 수도 없다. 들리지도 않는다. 그러나 분명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한다.

 

그러고 보면 '나는 지금 행복하다'는 사실을 느끼고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사람이야말로 감성의 천재, 인생의 시인이며 일급 철학자다.

 

 

                                                                   송정림 저 <명작에게 길을 묻다 2 >

                                                                                                   오늘이 지루한가, 그러나 그 평온이 행복이다 -플로베르 <보봐리 부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