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너머 풍경/독서 - 빌리는 말

자기 앞에 어떤 생이 펼쳐지든, 사랑이 있다면

다연바람숲 2011. 8. 9. 17:53

 

 

 

 

 

모모에게 펼쳐진 생은 호기심 가득하고 즐거움 넘치는 것이 아니었다. 아픔과 상처와 눈물이 어린, 고달픈 생이었다. 하지만 어린 모모는 책장을 덮고 나서 눈물 가득한 우리를 향해 이렇게 말한다. 자기 앞에 어떤 생이 펼쳐지든, 사랑이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그러니 '사랑해야 한다'고.

 

사랑과 사용. 이 두 단어는 첫 음절이 똑같지만 많이 다른 단어다. 사랑은 주는 것이 아깝지 않은 헌신의 의미이고, 사용은 주지 않고 늘 쓰기만 하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과 사물 역시 첫 음절은 똑같지만 아주 다른 단어다. 사람은 피가 돌고 마음이 있고 정이 있고 꿈이 있는 존재이지만, 사물은 우리 몸을 편리하고 안락하게 하는 물건에 지나지 않다. 그렇다면 사람과 사물, 이 둘 중에 우리는 과연 무엇을 사랑하고 있을까?

 

사람은 사랑하고 사물은 사용하는 것이 삶의 순리다. 하지만 정반대의 길을 걷는 사람도 많다. 사람을 사용하고 사물을 사랑하는 사람들 말이다. 우리가 이 땅에 존재하는 목적은 사람을 사랑하는 일에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사물을 얻고 지키기 위해 사람을 사용하고 그 사람을 슬프게 하는 일을 저지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무리 세상이 변해도 절대 변하지 말아야 할 가치, 그것은 그 어떤 사물보다 사람을 사랑하는 일...... 바로 그것이다.

 

 

                                                                                            송정림 저 <명작에게 길을 묻다>

                                                                                                     사랑 없이는 살 수 없다 - 에밀 아자르 (자기 앞의 생)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