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너머 풍경/순수 - 비우는말

고마웠다, 그 생애의 어떤 시간

다연바람숲 2011. 5. 26. 19:55

 

 

 

 

고마웠다, 그 생애의 어떤 시간

                
그때, 나는 묻는다. 왜 너는 나에게 그렇게 차가웠는가.
그러면 너는 나에게 물을 것이다.
그때, 너는 왜 나에게 그렇게 뜨거웠는가.
서로 차갑거나 뜨겁거나, 그때 서로 어긋나거나 만나거나 안거나 뒹굴거나 그럴 때,
서로의 가슴이 이를테면 사슴처럼 저 너른 우주의 밭을 돌아 서로에게로 갈 때,
차갑거나 뜨겁거나 그럴 때, 미워하거나 사랑하거나 그럴 때,

나는 내가 태어나서 어떤 시간을 느낄 수 있었던 것만이 고맙다.



 허수경 산문집 <길모퉁이의 중국식당>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