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웠다, 그 생애의 어떤 시간
그때, 나는 묻는다. 왜 너는 나에게 그렇게 차가웠는가.
그러면 너는 나에게 물을 것이다.
그때, 너는 왜 나에게 그렇게 뜨거웠는가.
서로 차갑거나 뜨겁거나, 그때 서로 어긋나거나 만나거나 안거나 뒹굴거나 그럴 때,
서로의 가슴이 이를테면 사슴처럼 저 너른 우주의 밭을 돌아 서로에게로 갈 때,
차갑거나 뜨겁거나 그럴 때, 미워하거나 사랑하거나 그럴 때,
나는 내가 태어나서 어떤 시간을 느낄 수 있었던 것만이 고맙다.
허수경 산문집 <길모퉁이의 중국식당> 중에서.
'창너머 풍경 > 순수 - 비우는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랑이란 '내'가 '너'에게로 가는 길 (0) | 2011.06.29 |
---|---|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 노희경 (0) | 2011.06.11 |
고독은 늘 그 자리에 있는 것 / 신형철 (0) | 2011.05.02 |
우리 모두의 마음 속에는 늑대가 한 마리씩 살고 있다. (0) | 2011.01.18 |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단다 (0) | 2010.12.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