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시 꽃이 핀 줄도 몰랐지요.
며칠 감기를 앓느라 밤이면 슬몃 동네로 스며들었다는 그 향기도 맡지 못했었지요.
올림피아 타자기 배송가던 길,
올해 처음 이 산 저 산 아까시꽃 하얗게 피어난 모습 보았지요.
가까이 지나치다 보면 꽃들, 이젠 지는 끝이라 어린 초록잎들 사이로 빛이 바래가는 흰빛이었지요.
그래서 그 모습은 차마 담지 못했지요.
피는 꽃은 아름답지만 지는 꽃은 어딘지 참 쓸쓸하고 서글퍼 보이거든요.
다시 찾아가라면 다시 찾아갈 수 있을까 싶게,
지리적으로는, 지역명으로는 청주와 그리 멀지않은 곳인데 가는 길은 참 낯설고 멀었어요.
그래도 모처럼 샵을 나서서 오월의 풍경을 만나는 여유를 준 길이라 눈이 누리는 호사가 마냥 좋았지요.
고객님의 넓고 넓은 뒤뜰이 산이었지요. 들이었지요. 초록빛이었지요.
내어주신 오미자차의 빛이 그 맛만큼이나 진하고 깊었지요.
오던 길에 만난 동네의 풍경도 그대로 한 폭의 그림이었지요.
어디선가 자꾸만 아까시 향기가 바람에 실려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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