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너머 풍경/독서 - 빌리는 말

왜 엄마는 처음부터 엄마인 것으로만 알고 있었을까.

다연바람숲 2011. 4. 9. 14:13

 

 

내가 엄마로 살면서도 이렇게 내 꿈이 많은데 내가 이렇게 나의 어린 시절을, 나의 소녀시절을, 나의 처녀시절을 하나도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는데 왜 엄마는 처음부터 엄마인 것으로만 알고 있었을까. 엄마는 꿈을 펼쳐볼 기회도 없이 시대가 엄마 손에 쥐여준 가난하고 슬프고 혼자서 모든 것과 맞서고, 그리고 꼭 이겨나갈밖에 다른 길이 없는 아주 나쁜 패를 들고서도 어떻게든 최선을 다해서 몸과 마음을 바친 일생이었는데, 난 어떻게 엄마의 꿈에 대해서는 아무런 생각도 해본적이 없었을까.

 

                                                                                                                                                                          신경숙 <엄마를 부탁해> 중에서

 

 

맘<mom> 신드롬이라고 한다.

<엄마를 부탁해>의 영문판 <Please Look After Mom>이 출간 3일만에 美 아마존닷컴 베스트셀러 33위에 오르고

국내에서도 전성기 때의 판매부수를 넘어 다시 베스트셀러에 진입 중이라고 한다.

처음 영문판이 출간된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가족에 관한 우리의 정서가 서구문화를 가진 곳에서 제대로 해석될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워낙 탄탄한 구조와 내용을 가진 작품도 작품이지만 다시 한번 <엄마>란 이름, <엄마>란 존재는 만국의 공통어라는 걸 실감하게 된다.

 

처음 <엄마를 부탁해>란 책을 알게된 건 도종환 선생님을 통해서였다.

먼 길 강연 가시는 차 안에서 오고가며 읽으셨다는  그 책,

차마 손에서 떼지못하고 단 하루만에 읽고 마셨다는 그 책,

그 감동과 여운으로 <엄마>에 대한 우리들의 일반적인 생각과 책 속의 이야기를 오래 들려주셨던 기억이 난다.

선생님의 강력한 추천으로 단숨에 서점으로 달려가 만나게 된 <엄마를 부탁해>였다.

화자와 인칭의 변화로 인하여 다소 생소한 책읽기의 경험도 했던,

내가 태어나면서부터 엄마였던 내 엄마와 내 아이들에게 또한 그런 엄마일 나에 대한 생각이 깊어질 수 밖에 없었던,

나를 둘러싼, 나를 중심으로 뻗어있는 가족들과 그 관계에 대하여 또 오래 생각할 수 있게했던,

'너희들도 꼭 한번 읽어봐야할 책이야' 세 아이들에게 권했지만 아직 누구도 읽어주지 않은,

친한 지인들에게 몇 권은 선물하고 내 것은 누군가에게 빌려주었던, 그 후로 다시 돌아오지않은,

많이 아프게, 많이 가슴 저리게, 많이 울먹이며 읽었던 책이었다.

 

스토리를 기억하는 것만으로는 아쉬워서

오래 된 그 감동을 그저 감동으로만 기억하는 것이 아쉬워서

다시 한번 <mom> 신드롬에 합류해 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