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한 곳으로 통한다는 생각을 해요.
예술적 감각이 어느 정도 타고 나는 것이라고 한다면, 살면서 그 예술적 감각을 응용할 일이 많은데 대하여 그 축복을 갖고 태어난 사람들은 아마도 아주 많은 감사를 해야할 거예요. 직업적인 경험을 살려 소장품을 알뜰하게 사무실의 가구로 장식품으로 취미로 활용하고 계신 이 분도 어쩌면 감사의 특혜를 가진 사람 중의 한 분이 아닐까 싶어요.
소장을 하다보면 무시할 수 없는 특성 중의 하나가 가져다 놓을 장소의 확보없이 무리를 하게 된다는 걸 거예요.
장소에 조금 넘치는 듯 하지만, 하나하나의 개성과 특성을 살릴 수 있는 여백은 조금 부족하지만
이 사무실의 주인은 물건들 하나하나 알뜰하게 자리를 내어주고 특징을 살려 줄 장식까지 섬세하게 마음을 쓰셨어요.
어떤 물건이 어느 장소에 무엇과 더불어 있는가도 중요하지만 누구에게 어떤 가치로 있는가도 큰 몫을 하지않을까요.
있을 곳에 두는 것,
더불어 함께 두되 서로 방해하지 않게 두는 것,
그 간격의 마음까지 보이는 듯 해요.
가장 좋아하는 것들이, 일하는 곳의 평온한 안식의 배경이 되어준다면 얼마나 행복한 일일까요?
어쩌면 딱딱할 수 있는 일터를 소장품의 갤러리로 또 즐거운 쉼터로 만들고 계신 소장님의 사무실을 살짝 들여다 볼께요.
기존의 책장을 가려야했던 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거예요. 굴러 온 돌이 박힌 돌을 밀어낸 셈이지만 해주단지랑 목단항아리 옹기들을 책장에 진열함으로써 실용의 목적과 장식의 목적을 어우러지도록 애쓰신 노력이 보여요. 하얀 벽면을 여백의 뒷면으로 두고 하나하나 놓였더라면 더 고풍스럽고 우아한 품위를 뽐낼 수 있는 훌륭한 궤들이지만 어쩌겠어요
용목 머릿장은 그 자체로의 무늬나 빛깔만으로도 충분히 곱고 화려해요. 壽福 글씨가 수놓인 옛날 베게 몇 점을 올려놔도 전형적으로 멋지겠지만 가구의 화려함을 배려해 투박한 옹기에 소박한 빛깔의 꽃을 꽂아 놓은 것이 참 마음에 들어요.
함지박에 유리를 얹고 속에는 다식판이며 떡살이며 바늘꽂이며 여인네들의 소품들을 담아놓으셨어요. 일본풍의 목판화에 다기 다완 다포에 소반까지 조금은 복잡한 느낌의 조합이지만 차를 좋아하고 또 아기자기 섬세한 주인의 감성이 느껴져요.
조선시대 찻상이라고 하네요. 사이즈도 예쁘고 연륜이 느껴지는 나무의 질감도 좋지만 상다리의 모양이 예사롭지 않아요. 그 위엔 오래된 먹줄들을 다소곳이 정돈해 놓으셨네요. 주인의 직업을 살짝 엿볼 수 있는 소장품이 아닐까 싶어요.
야무지고 단단한 세월의 옷을 입은 책반닫이 위에 나무 약연이랑 필통이랑 문진을 올려놓으셨어요. 반닫이도 위에 올려진 물건들도 하나하나 다 귀하고 멋진 것들인데 이럴 땐 많이 아쉬워요. 그 무엇이든 하나만 올려질 수 있다면 주되는 것과 부되는 것이 분명하게 제 몫의 멋을 뽐낼 수 있을텐데요. 공간을 빛내는 여백의 미가 때론 필요해요.
만들어진 연대나 굳이 나이를 따지지 않더라도 사이즈도 모양도 정말 아담하고 예쁜 약장이예요. 사용하지않는 문을 배경으로 공간을 확보한 센스도 돋보여요. 작은 달항아리에 고운 꽃을 담아 전체적으로 균형있는 그림을 그려냈어요.
주변에 있는 것들을 일순간에 평민으로 만들어 버리는 귀족적이고 화려한 2층 나비농이예요. 꿈틀거리는 나뭇결의 문양이 마치 백동장식의 저 나비들의 날개짓을 도와 줄 바람처럼 느껴져요. 요즘 어느 드라마에서 유행하는 말이 있지요? 이태리 장인이 한땀한땀... 문득 그 말이 생각난 건 이렇게 먼발치로 보아도 느껴지는 장인의 손길, 원자재로서의 나무도 훌륭하지만 문이면 문, 서랍이면 서랍 테두리를 아울러 한땀한땀 수를 놓듯 공을 들인 섬세함과 유려한 장식이 돋보이기 때문일 거예요. 주위에 어떤 장식을 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자체발광이 충분한 가구로 보여요.
단아한 멋이 느껴지는 2층농 위에 모반과 옹기를 얹어서 소박한 멋을 강조했어요. 이 이층농도 예사로운 것은 아닌데 워낙 곁에 있는 2층농이 화려하다보니 상대적으로 단순하고 소박한 것이 되었지만 그 분위기를 살려 무게를 얹어 준 센스가 느껴져요.
돈궤 위에 붓걸이와 작은 서안과 벼루함까지 사랑방 살림을 올려 놓으셨네요. 때론 어떤 주제로 소품을 모아놓으면 통일성이 느껴져 산만한 느낌이 덜한 것 같아요.
고태미가 느껴지는 반닫이 위에 근대사적인 축음기와 현대적인 느낌의 조각품을 진열해서 많은 시대를 아우르는 장식을 연출하셨어요. 옛 것과 현대적인 예술품이 얼마나 자연스럽게 어루러지는지 고정 관념을 깨고 보면 새로운 모습이 이렇게 보이는데요.
소장님 사무실의 거의 모든 물건이 그렇듯이 하나하나 따로 놓으면 저마다 귀하고 어여쁘고 가치 있는 것들인데요. 여기 반닫이도 소반도 함도 고추장 단지조차도 제 이름을 걸고 다들 빛나는 것들인데요. 아마도 공간의 여유가 아쉬움이겠지요. 반닫이 위에 함 하나가 이 공간에 가장 적합한 정답이었을거예요.
제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이렇게 소박한 아름다움을 가진 가구가 좋아요. 언뜻 보면 단순하고 소박해 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안방마님의 자태처럼 우아한 기품을 지니고 있어요. 둥근 황동 겹첩과 감잡이의 느낌이 나무의 질감과 잘 어우러져 있어요. 그 위에 작은 모반에 곁들인 목단항아리가 한다발 꽃처럼 조화를 이루고 있네요.
십이각 소반에 오리를 올려서 혼례상을 연출하셨어요. 여인네의 손길 못지않은 주인의 감각이 돋보이는 모습이예요.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땟물도 땟물이지만 소반의 흔하지않은 다리 모양이 시선을 잡네요.
어느 객을 맞아 따스한 차를 대접하시는 걸까요? 둥근 찻상도 ,다리에 투각의 문양이 아름다운 12각 상도 손님 맞을 채비가 되어 있는 듯 해요. 반닫이나 장 위에 한쌍 다소곳이 놓여도 이야기가 많을 것 같은 오리는 상 위에 놓이면 혼례복을 입은 신랑신부를 자연스레 연상시켜요. 공간의 여유가 있다면 마루 위에 한 상, 손님 맞을 준비가 된다면 더 운치가 있을 거예요.
단순한 여백의 미라는 것이 공간에서만 느낄 수 있는 건 아닐 거예요. 소박한 무쇠장석 몇개로만 장식된 앞닫이가 우리의 전통적인 정서를 느끼게 해주는 것 같아요.
연상과 벼루함 목단항아리의 연출은 제겐 왠지 각각의 개성있는 목소리를 빼앗아 뭉뚱그린 느낌이 들지만 배경과 제한된 공간을 살린 최선이셨을 거란 생각을 해요.
이 곳에도 앞닫이 위에 배가 예쁜 옹기화병이 어쩜 가장 어울리는 정답이 될 수 있을 거예요. 아님 목단항아리와 벼루함에 얹어진 소품만 거둬내도 훨씬 무게감이 느껴질 것도 같구요. 저 멋스러운 연상과 벼루함은 어디에 자리를 내어주어야 저 멋진 품위를 다 보여줄 수 있을라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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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많은 소장품을 갖고 계셔서 미처 올리지 못한 부분은 곧 이어서 올려드리도록 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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