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실명 / 최문자

다연바람숲 2006. 1. 13. 16:16

 

 

 

     실명 / 최문자

 

 

        흠집이 많은 과일이 좋았다
        열망할 적마다 찌무러진 그 자리가
        흉할수록 좋았다
        한사코, 불구의 반점으로 남고 싶은
        위험한 사상은
        가을을 기다려 오히려 흉터가 되었다
        흠집이 많은 과일일수록 좋았다
        용서할 수 없어 한없이 헛구역질하던
        그 자리가 좋았다
        아플 것 다 아파본 것들
        실상은 눈이었다
        밖으로 흉하게 자란 눈이었다
        꿈꾸고 있다가 실명된 눈이었다
        감긴 눈이 많은 과일이
        나는 좋았다
        꼭 감고 흘린
        그 어두운 눈물 자국이
        더 없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