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 / 최문자
흠집이 많은 과일이
좋았다
열망할 적마다 찌무러진 그
자리가
흉할수록
좋았다
한사코, 불구의 반점으로 남고 싶은
위험한
사상은
가을을 기다려 오히려 흉터가
되었다
흠집이 많은 과일일수록
좋았다
용서할 수 없어 한없이 헛구역질하던
그 자리가
좋았다
아플 것 다 아파본
것들
실상은
눈이었다
밖으로 흉하게 자란
눈이었다
꿈꾸고 있다가 실명된
눈이었다
감긴 눈이 많은
과일이
나는
좋았다
꼭 감고
흘린
그 어두운 눈물 자국이
더 없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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