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너머 풍경/감성 - 통하는문

Ophelia / John Everett Millais

다연바람숲 2005. 12. 23. 19:36

 

                                       Ophelia by Sir  John Everett Millais

 

 

'그애는 꽃으로 만든 관을 늘어진 버드나무 가지에 걸려고 기어오르다, 심술궂은 가지가 부러져 화환과 함께 흐느끼는 시냇물 속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옷이 활짝 펴져서 잠시 인어처럼 물에 떠있는 동안 그애는 자신의 불행을 모르는 사람처럼, 아니면 본래 물속에 태어나고 자란 존재처럼 옛 찬송가 몇 절을 불렀다는구나. 그러나 오래지 않아 물에 젖어 무거워진 옷은 그 가엾은 것을 아름다운 노래에서 진흙탕의 죽음으로 끌어들이고 말았다.'

                                                           

                                                                    햄릿 중 거투르드 왕비의 대사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여인이 있다.
한 남자를 사랑했고, 순수한 영혼을 가진 딸이었지만 너무 순수했기에 세상은 그녀에게 가혹했나 보다. 꽃으로 만든 관을 늘어진 버드나무 가지에 걸려고 기어오르다 심술궂은 가지는 그만 부러지고 말았다.

가여운 그녀는 화환과 함께 흐느끼는 시냇물 속으로 떨어져 떠내려간다. 지고의 여인은 소리도 지르지 않고 그저 꽃을 꼭 쥔 채 강물에 몸을 맡긴다. 이제 그녀는 강물이 되고 강물은 그녀가 된다.

그녀는 들풀이고 들풀은 그녀가 된다. 덤불과 이끼는 여인의 드레스 장식으로 번지고, 물빛은 그녀의 가냘프고 하얀 목덜미와 핏기 가신 뺨 주위를 맴돈다.

죽음만이 그녀의 안식처였을까.

오필리아Ophelia는 마치 꿈을 꾸며 즐기듯 천천히 자신의 무덤 속으로 가라앉고 있다. 죽음 앞에서 모이는 완벽한 아름다움이라니, 지그시 반쯤 감긴 오필리아의 눈은 마치 자신의 쉴 곳을 찾은 듯 슬픔을 건너 오히려 평온하다. 생에서 죽음으로 변해가는 여인을 거부할 수 없을 것 같다. 점차 무거워지는 눈꺼풀, 살포시 벌어진 입과 위로 열린 두 손 모두 비극적이다. 하지만 이토록 지독히 매혹적일 수 있을까.

"그 아름답고 순결한 몸에서 제비꽃을 피워다오!"

기다림에 지친 오필리아Ophelia는 이제 자연이라는 영원한 자리로 서서히 가라앉고 있다. 그녀는 천천히 자신의 지난 생애를 돌이켜본다. 그곳에는 이제 아무도 없다.

'아무도 없이 있는 건 너무 슬프고 외로워요. 어두운 혼돈만이 있으니까요.'

그녀의 그림자가 속삭인다. 오필리아Ophelia의 장례식 때 그의 오빠 레어티즈가 하는 대사다. 정절과 요절을 상징하는 제비꽃 오필리아Ophelia, 그러난 탄성과 슬픔과 억제된 에로티시즘이 뒤범벅이 되어 나타난 애조의 예술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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