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너머 풍경/감성 - 통하는문

메두사

다연바람숲 2005. 12. 22. 20:29

 

                                              델빌 메두사

 

 

여성의 얼굴에 머리카락이 모두 뱀인 괴물로 메두사는 자신과 눈이 마주치는 모든 사람을 돌로 변하게 한다. 메두사는 본래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는 지혜의 여신이었다. 고대근동문명에서 뱀은 지혜의 상징으로 널리 알려져 있었다. 뱀을 머리에 두른 메두사는 신과 인간의 과거, 현재, 미래를 모두 바라볼 수 있는 지혜의 여신이었다. 그녀는 "또 누구도 나의 얼굴을 볼수없다. 나는 죽음이므로 나의 얼굴을 봄은 곳 그 존재의 죽음을 뜻하며 돌로 변함은 무덤의 비석을 의미한다. 누구도 나의 얼굴을 볼수없다. 나는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이므로..." 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메두사는 자신이 모든 생명의 근원이며 죽음 또한 관장하는 여신임을 명확히 하고 있다. 메두사는 자신을 이미 존재한 것, 존재하는 것, 존재할 것이라고 정의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메두사는 삶과 죽음이 공존하고 순환하는 여성의 몸과 그에 따르는 지혜를 상징한다. 여성의 몸은 인간의 한계인 죽음을 수용하는 한편 생명을 창조할 수 있는 능력 또한 소유하고 있음에 대한 암시인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메두사의 지혜는 남성의 한계를 뛰어넘으며 결코 남성이 소유할 수 없는 자리에 존재하는 것이다.

 

                                                       카라바치오 메두사

 

 

그리스 신화속에서 메두사의 운명은 몹시 비극적이다. 메두사를 괴물로 만든 아테나의 도움을 받은 페르세우스가 반사경이 달린 방패를 들고 메두사가 자고있는 밤에 몰래 잠입해 그녀의 머리를 잘라 아테나에게 바친다. 흔히 영웅으로 알려진 페르세우스는 매우 비열하고 교활한 방법으로 그녀를 살해한다.고대근동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 메두사가 지혜의 여신이었음을 상기하면 그리스신화에서 일반적으로 지혜의 여신으로 통하는 아테나와 그녀의 관계가 흥미롭다. 아테나는 어머니의 자궁을 빌지 않고 남성신인 제우스의 머리에서 태어나 늘 아버지에게 태어난 딸로 자처하며 스스로 여성임에 긍지나 인지가 없다. 아테나가 지혜의 여신으로 하는 일은 남성영웅에게 자신의 능력을 빌려주어 지혜를 보유한 또 다른 여신을 살해하는 것이다.


그리스 신화는 아테나와 메두사를 통해 지혜의 정의를 극적으로 전환시킨다. 아버지로부터 비롯되는 존재양식과 아버지의 법을 옹호하기 위한 지적능력을 가진 여성은 여신으로 추앙 받는 반면 자생적인 지혜로 삶과 죽음의 열쇠를 쥐고있는 메두사여신은 위협적으로 부각되어 남성의 손에의해 비극적으로 삶을 마감하는 것이다.
메두사와 페르세우스 그리고 아테나의 삼각관계 또한 흥미로운 부분이다. 페르세우스는 많은 그리스 신화에 어린 나이부터 삶의 어려움을 정복하고 영웅의 자리에 오르기를 꿈꾼 패기 넘치는 젊은 남성으로 서술되어있다. 이러한 페르세우스의 영웅됨이 여성성의 신비적 지혜로 대변되는 독립적인 메두사를 처치하고 남성에의 종속신으로 자처하는 아테나를 보조자로 선택함으로서 완성되는 것이다. 모든 신과 인간들에게 사랑받고 도움을 받은 페르세우사와는 정반대로 다른 여신에게 저주받고 미움받고 자신의 고르곤 자매들 외에는 그 어떤 아군이나 도움도 없이 혼자 자신을 지켜왔던 메두사, 이 둘은 환경조차 완전히 반대이다. 페르세우스가 영웅으로서 자신을 완성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가부장적 사고체계안에서 여성의 지혜가 수용하여야하는 사명과 활동범위가 명확히 제시된다.


이점은 현대사회의 배운여성들의 위치, 특히나 여성주의자들의 위치와도 연관이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사회에 만연해 있는 여성주의자들에 대한 편견은 그녀들이 자신들의 지식과 지혜를 아테나처럼 종속적으로 만들어 아버지의 법을 옹호하지않고 오히려 위협하려든다는 사실에 기인할 것이다. 이러한 인식은 지혜로운 여성은 메두사적인 태도를 가질것이라는 예견 적인 피해망상을 유도한다.


메두사는 결코 악한 괴물이 아니다. 생각해보아라. 쳐다만 봐도 돌로 변하게 만드는 저주를 내린 아테네가 정작 자신이 내린 저주를 지닌 메두사를 또다시 남성을 시켜서 살해하는 것은 사실 그녀를 두번 죽이는 것과 같다. 그녀는 남성에게 의존적인 아테네와는 달리 독립적이고 스스로 모든 것을 다스리고 지배하려했다.
모든 생명의 근원이자 죽음을 다스리는 지혜의 여신 메두사는 결국 모든 것을 남성에게 맡기는 남성의존적인 아테네와 남성에게 비열하게 죽임을 당하고 지혜의 여신의 자리는 아테네가 가지게 된다. 이것은 원래 가이아 모성신을 모시던 그리스가 가부장적이고 호전적인 인도 유럽족에게 지배를 당하면서 모시는 신 역시 바뀌면서 여성신들의 지위 역시 박탈당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리스를 시작으로 로마, 기독교까지 여성의 열등감을 강조하는 가부장적인 신화는 더욱더 조밀하고 깊게 파고들어 무의식적으로 우리들의 머릿속까지 파고들어있다.

 

 

                                                                                <zest08님 네이버 블로그 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