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lliam Bouguereau-The First Kiss
이 그림을 보면 꼬마 프시케가 나비의 날개를 달고 있습니다.
그녀와 나비는 무슨 관계일까요. 프시케는 그리스어로 "나비"를 뜻합니다.
동시에 "영혼" 또는 "정신"을 뜻하기도 하죠.
고대 그리스인들은 묘지 주변을 날아다니는 나비가 죽은 사람의 영혼이라고
생각했답니다.
또, 느릿느릿 기어다니는 애벌레가 일시적인 죽음과도 같은 번데기 상태를 지나 아름다운 나비로 변신하여 마음껏 날아다니는 것을, 제약 많은
육신에 갇혀있던 인간의 영혼이 죽음을 통해 해방되어 자유로워지는 것에 비유하곤 했습니다. 그래서 "나비"를 뜻하는 프시케가 동시에 "영혼"을
뜻하게 된 것이죠.
그래서 영혼 또는 정신과 관련 있는 단어 중에 프시케 psyche(영어식으로 발음하면 사이키) 에서 파생되어
psych- 로 시작하는 단어가 많습니다. 사이콜로지 psychology (심리학), 사이코 psycho (정신병자), 사이키델릭
psychedelic (환각의) 처럼...
"큐피드의 화살에 꽂히다"는 말이 드물지 않게 쓰일 만큼 우리에게도 익숙한 그리스 신화
속 사랑의 신 에로스 Eros (로마 신화의 쿠피도스 Cupidos, 영어식으로는 큐피드 Cupid) 의 경우, 그의 이름 자체가 "사랑"을
뜻합니다. 엄밀히 말하면 "관능적인 사랑" 또는 "사랑의 욕망"을 뜻하죠.
그래서 에로틱 erotic (성애性愛의) 이나 에로티시즘 eroticism 같은 단어가 파생되어 나온 것이죠.
그러면
"에로스와 프시케"는 "사랑과 영혼"으로 옮겨 쓸 수 있겠군요. 따라서 아풀레이우스의 에로스와 프시케 이야기는 일종의 알레고리
allegory, 즉 비유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가 아풀레이우스의 순수 창작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아풀레이우스의
소설이 나오기 이전부터, "프시케" 즉 "영혼"을 나비 날개가 달린 소녀로 의인화하고 "에로스" 즉 "사랑"을 날개와 화살을 지닌 소년으로
의인화해서, 여러 가지 의미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예술 작품들이 있었으니까요.예를 들어 헬레니즘 Hellenism 시대의 작품 중에, 화살을 지닌
날개 달린 소년이
나비 날개 달린 소녀를 괴롭히는 모습의 부조가 있는데, 이것은 사랑의 욕망이 영혼을 괴롭히는 것을 상징한 것입니다. 아풀레이우스는 이런
오래된 비유를 바탕으로 해서 에로스와 프시케의 이야기를 쓴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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