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디트
아득히 먼 옛날, 난폭하고 잔인한 아시리아 군대가 평화롭던 유대의 산악 도시 베툴리아를 침략했다. 포악하고 잔인한 군대를 이끌고 쳐들어온 장수는 홀로페르네스.
홀로페르네스의 군대는 베툴리아를 장악한 후 도시를 철저히 유린했다. 집집마다 쳐들어가 남자를 죽이고 여자를 겁탈했으며, 재산과 귀중품을 약탈했다. 겁에 질린 주민들은 적에게 무릎 꿇고 목숨만은 살려달라고 애걸했다
이 위급한 상황을 보다 못한 귀족 출신의 과부 유디트가 조국을 구하기 위해 몸을 던질 각오로 나섰다. 자신의 아름다운 몸을 적장에게 미끼로 던져 그를 유혹한 후 살해할 계획을 세운 것이다. 그녀는 화려하게 치장하고 적의 진영을 찾아가 홀로페르네스를 만나게 해달라고 청했다
베툴리아 최고의 미인이 자신을 찾아오자 치솟는 욕망에 이성을 잃은 홀로페르네스는 낯선 여인에 대한 경계심을 내팽개치고 그녀를 자신의 침소로 끌어들였다
광란의 술 파티가 끝난 후 육욕을 실컷 채운 홀로페르네스가 술에 취해 잠든 순간, 기회를 노리던 유디트는 칼을 빼들어 그의 목을 가차없이 자른 후 베툴리아로 돌아왔다. 청천벽력 같은 대장의 암살 소식에 아시리아 군인들은 기가 꺾여 도망을 쳤고 마침내 베툴리아에 자유가 찾아왔다
이명옥 저 팜므파탈 중
카라바조 - 유디트와 홀로페르네스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 - 유디트와 홀로페르네스
아르테미시아 겐틸레스키는 로마 출신에 매우 명망 있는 화가의 딸로, 아버지에게 그림을 배웠다. 이 후 그녀는 자신의 아틀리에를 처음엔 피렌체, 그 다음엔 런던과 나폴리에도 갖게 되면서 점차 많은 인기와 명성을 얻는다. 그녀는 카라바조의 그림에서 깊은 감명을 받아 카라바조의 명암법뿐 아니라 화면 구성법까지 차용하기에 이르렀다. 이는 그녀가 그린 <유디트와 홀로페르네스>에서도 잘 드러난다. 그녀도 유디트가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치는 순간을 묘사하고 있다
그녀의 그림에서도 홀로페르네스가 침대에 누워있는데 침대는 어둠에 휩싸인 하얀 시트로 암시되어 있을 뿐이다. 유디트가, 누워있는 홀로페르네스 오른쪽에 서서 그의 목에서 칼을 빼내는 장면도 카리바조의 그림과 비슷하다. 또 왼손으로 홀로페르네스의 머리를 받쳐 들고 있다. 이 모든 상황이 비슷하지만 아르테미시아의 그림은 완전히 다른 점이 있다.
홀로페르네스는 등을 바닥에 대고 누워있으며, 그의 머리는 화면 바로 중앙에 있다. 유디트는 두 팔을 끝까지 내밀고 서 있지만, 단지 온 힘을 다 모으기 위해서이다. 그녀는 적장의 얼굴을 보지 않기 위해 왼손으로 그의 머리를 반대편으로 돌려놓았다. 이로써 그녀는 오른손으로 적장의 목에서 힘있게 칼날을 빼낼 수 있다. 하녀는 침대 위에서 온 힘을 다해 거센 적장을 밀어 붙인다. 홀로페르네스는 마지막으로 사력을 다해 쳐들어 올린 주먹으로 저항해 보지만 소용 없다. 입은 약간 벌어지고 눈은 더 이상 생명력이 없다. 목 동맥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는 침대 시트를 붉게 적신다.주인공들은 유혈이 낭자한 매우 불유쾌한 사건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는 카리바조와 달리 매우 힘있고 독립적인 유디트를 그렸다. 아마 겐틸레스키는 자신이 유디트의 심정이 되었을 것이다. 겐틸레스키는 아버지의 친구인 한 화가에게 그림을 배운 적이 있는데, 바로 그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그래서 재판이 열렸지만 단지 폭행만 당한 것이라는 결론이 났다. 유디트와 같이 강하고 결단력 있게, 여인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남자들에게 저항하고 싶었던 겐틸레스키의 희망은 바로 그녀의 그림에 잘 나타나 있다
겐틸레스키가 그린 유디트는 더 이상 젊고 유혹적인 처녀가 아니라 성숙한 여인의 모습이다. 그녀는 칼 다루는 법도 아는 듯, 매우 빠른 동작으로 일을 해치운다. 그 옆에서 유디트를 돕는 젊은 하녀는 홀로페르네우스와 얼굴을 마주하고 있다. 홀로페르네스는 주먹을 쳐들어 저항하려 하지만 성공하지 못한다. 세 주인공의 얼굴은 삼각형을 이루는데, 그들의 여섯 팔이 그 삼각형 안에서 서로 교차하고 있다. 그들은 힘이 다해 싸우지만 결국 여인의 능력이 남자의 저항을 물리쳤다
이러한 유디트의 힘이 카라바조의 그림에서는 빠져 있다. 남자를 폭행자로서가 아니라 유혹의 제물로 보았기 때문이다.
- 수잔나 파르취 지음 당신의 미술관 중
'창너머 풍경 > 감성 - 통하는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Shostakovich, Dmitri / Jazz Suite No2.Waltz (0) | 2005.11.30 |
---|---|
죽음에의 초대 / 케테 콜비츠 (0) | 2005.11.28 |
이 죽일 놈의 사랑 OST- 꿈 (Dream) / K.Will (0) | 2005.11.23 |
The First Kiss / William Bouguereau (0) | 2005.11.21 |
하늘을 걸어서 / 휘성 (0) | 2005.11.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