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너머 풍경/감성 - 통하는문

Birthday / Marc Chagall

다연바람숲 2005. 11. 16. 14:56



7월 7일은 마르크 샤갈(1887-1985)의 생일입니다. 그의 연인 벨라는 아침부터 마을 근교를 돌아다니며 꽃을 꺾어  커다란 꽃다발을 만듭니다. 그리고 알록달록한 보자기와 숄, 달콤한 과자와 생선 튀김까지 연인이 좋아하는 것 모두를 들고 마을을 가로질러 그의 집으로 갑니다. 방에 들어서자마자 벨라는 잽싸게 파티 준비를 시작합니다. 그날이 자신의 생일인 줄 몰랐던 샤갈은 예기치 못한 방문을 받은 셈입니다. 종달새처럼 부지런히 움직이는 벨라를 바라보다가 샤갈은 이젤 위에 캔버스를 올려놓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여전히 꽃다발을 들고 있던 벨라는 마침내 샤갈의 색채의 마법에 걸려서 한폭의 그림으로 되었습니다. 그 순간을 그린 그림에 ‘생일’이라는 제목을 붙였습니다. 샤갈이 그린 그림은 단순한 생일 꽃다발을 든 벨라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그의 영원한 신부인 벨라에 대한 깊은 사랑, 평생을 그의 마음을 지배할 영혼을 사로잡은 사랑을 그린 것입니다. 그의 사랑은 꽃다발을 들고 있는 벨라를 바닥에서 떠오르게 했고, 샤갈 자신도 그녀를 향해 날아올랐습니다. 날아 오른 샤갈은 그녀의 귀에 살짝 키스하며 속삭입니다. 그 열정적인 고백에 깜짝 놀란 그녀는 눈이 동그래졌고 그들이 존재하는 공간은 비현실적인 것이 되어 버렸습니다. 창밖의 풍경들, 지붕, 안뜰, 교회, 꽃밭도 그들과 더불어 흘러갑니다

작품의 초안을 잡고 난 뒤에 샤갈은 벨라에게 말합니다. “내일 또 와주겠어? 다른 그림을 그릴 거야. 우리가 함께 날아다니는 그림을.”  이 그림 속에 이미 샤갈이 앞으로 그릴 그림의 모티브는 모두 다 담겨 있습니다. 샤갈의 작품 세계의 윤곽을 결정지은 것은 바로 그의 첫 사랑이자 첫 아내인 벨라와의 사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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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와 샤갈이 함께한 사진입니다. 영혼을 보듬는 듯한 부드러운 시선으로 그들은 서로 마주 보고 있습니다. 사람이 한 사람을 얼마나 깊이 사랑할 수 있는지, 그 깊이는 그런 사랑을 해 본 사람만이 알 수 있을 겁니다.

사진 속에 샤갈이 그리고 있는 그림은 이렇게 완성되었습니다. 그의 마음은 그림 속에서처럼 그녀를 꼭 그렇게 끌어 안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The Bridal Couple, 1927-35, Oil on canvas, 148x80.8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