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너머 풍경/감성 - 통하는문

몇 군데 작은 칼질 / 프리다 칼로

다연바람숲 2005. 11. 12. 21:10

 

                       프라다 칼로 <몇 군데 작은 칼질>, 캔버스에 유채, 1935년

 

 

사랑은 감각의 총체다. 상투적 기대이고, 놀라움이며, 인생에 대한 통찰이면서 반대로 완전한 맹목이기도 하다. 영원을 조롱하고 폭주하는 기관차로 떠나버린 찰나적 시간이다. 매력적이고 몽환적인 광기이며, 망설임이며, 모호한 암호이고 두서없는 질투다. 욕망이며 관능이며 외로움이다.

 

그리고 조각난 사랑이 있다. 깨어진 맹세와 다툼, 질투와 파괴, 깨어진 사랑 앞에 두 영혼은 영원한 부재이며 결핍으로 존재한다. 불면의 밤. 실연은 다시 사랑을 욕망하고 사랑은 또 결핍을 낳는다. 그리고 다시 찾아드는 사랑과 실패. 사랑은 얼마나 허망한가. 사랑하는 대상에 대한 실망과 배반감.

그리고 자기 연민과 자책, 극도의 정서적인 불안은 가장 슬픈 시를 쓰게 하고 처절한 그림을 낳는다.

 

멕시코의 화가 프라다 칼로. 그녀는 고통사고로 몸이 짓이겨졌다. 그녀의 나이 열여덟 살 때였다. 부서진 척추는 그녀의 건강한 삶을 죽을 때까지 방해했다. 거듭되는 수술은 그녀를 고통 속에 끝까지 침몰시켰다. 이미 일곱 살 때 소아마비로 정신적 상처를 입은 그녀의 몸은 정상적인 발육에서 이탈해 있었다.이런 그녀에게 닥친 교통사고는 그녀의 육체적 죽음을 확인시키는 큰 사건이었다.그녀의 골반은 산산히 부서졌다. 만신창이가 된 몸. 그녀는 평생 육체적 고통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디에고 리베라, 멕시코의 영웅, 멕시코가 낳은 세계적 화가. 그림에 대한 애정과 피끓는 열정의 소유자. 혈기에 가득 찬 그가 청운의 꿈을 안고 그림공부를 위해 홀연 고국을 떠났다. 그의 나이 스무 살이었다.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등지를 순회하며 유럽의 전통 예술을 직접 눈으로 확인했고 이를 감동적으로 향유했다. 멕시코 혁명이 완수되고 민주 정부가 수립되자 금의환향했다. 그리고 운명처럼 칼로와 만나 결혼했다

 

그림의 스승. 리베라는 그녀에게 정신적인 안식처였다. 그 어느 것도 그를 대신할 수 없다. 그러나 그는 상습적인 여성편력으로 그녀를 거듭 실망시켰다. 칼로는 그때마다 리베라에 대한 신롸와 사랑을 새삼 다지며 위안을 삼았다. 자신들의 사랑을 운명적인 것으로 여기고 슬기롭게 넘겼다.

 

그러나 자신의 동생 크리스티나와의 불륜은 아슬아슬하게 견지하고 있던 그녀의 자존심을 짓이겼다. 그것은 견딜 수 없는 정신적인 테러였다. 그녀는 별거를 선언했고 뉴욕행 비행기에 올랐다.그리고 찢어지는 가슴을 <몇 군데의 작은 칼질>에서 끔찍하게 재현했다

 

피가 낭자한 이 그림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한 폭력적인 남성이 자신의 애인을 난자했다. 이성을 지닌 인간으로 도저히 용인할 수 없는 일을 자행했다. 피살자는 잔인하게 난도질 당했다.피를 튀기며 죽어갔다. 용의자는 결찰의 심문을 받고 " 몇 차례 살짝 찌른 것 뿐인데요." 했다.

 

칼로는 예리한 칼로 난도질한 청년을 리베라로, 난자당한 채 죽은 여인을 자신에 동화시켰다. 사랑하는 배우자로부터 기만당한 여인이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잔인하고 가슴 아픈 그림의 하나일 것이다.

 

 

조용훈, 탐미의 시대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