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가을 옷 / 문정희

다연바람숲 2017. 9. 8. 15:11

 

 

 

가을 옷  / 문정희

 

 

내가 가진 모든 옷들이 헐렁하다

나와 나 사이

서늘한 기억이 많다는 것을 알았다

 

내 몸을 더듬는 철새들

퍼덕거리는

슬픔의 감촉들

 

땅 위에는

더 많은 사랑이 필요한 것 같다

 

고독을 이빨로 깨뜨린다

견과처럼 딱딱하다

 

오묘한 쓴맛을 오래 씹으면

약처럼 떠오르는 이름들이 있다

하나하나 신의 이름처럼 불러준다

 

사랑과 미움

이런 것들에다

정성껏 갈색 붕대를 감아준다

 

옷을 더 두껍게 입어야 하나

기억은 자꾸 헐렁하고

벌판은 홀로 풍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