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옷 / 문정희
내가 가진 모든 옷들이 헐렁하다
나와 나 사이
서늘한 기억이 많다는 것을 알았다
내 몸을 더듬는 철새들
퍼덕거리는
슬픔의 감촉들
땅 위에는
더 많은 사랑이 필요한 것 같다
고독을 이빨로 깨뜨린다
견과처럼 딱딱하다
오묘한 쓴맛을 오래 씹으면
약처럼 떠오르는 이름들이 있다
하나하나 신의 이름처럼 불러준다
사랑과 미움
이런 것들에다
정성껏 갈색 붕대를 감아준다
옷을 더 두껍게 입어야 하나
기억은 자꾸 헐렁하고
벌판은 홀로 풍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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