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딸의 추천 영화였다.
상영관에서 관람한 영화지만 엄마와 꼭 다시 보고싶은 영화라고 했다.
약간의 스포가 있었다.
백인 마을에서 벌어지는 흑인의 차별에 대한 영화라고 했다.
공포스럽지만 그것은 영화를 끌어가는 분위기이고 끔찍하고 혐오스러운 부분은 적다고 했다.
끔찍하고 혐오스러운 장면에 대하여 극도의 겁이 많은 엄마를 위해 눈을 가릴 장면은 미리 차단해준다는 약속도 했다.
영화를 다 보고나서야 아이가 왜 한 번을 더 보고싶어 했는지 알 것 같았다.
영화가 끝나고 무심코 흘려버린 장면들에 장치된 복선을 설명해줄 때 그 이유를 알았다.
때로는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눈을 뜨고 보면서도 보지 못하는 것들이 때로는 진실에 가깝다.
이 영화는 흑인 남자가 백인 여자 친구 집을 방문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흑인 남자를 사랑하는 백인 여자, 인종에 상관없이 남자를 사랑하는 여자의 당당한 사랑이 매력적이었다.
주인공 크리스가 백인 여자 친구의 집에서 그녀의 가족에게 느끼는 불편함과 당혹감은 예견된 것이었으므로
그가 느끼는 감정들이 고스란히 버겁고 불편하게 다가오면서도 석연치 않은 부분들에 대한 의문은 증폭한다.
호러라는 쟝르에 맞게 처음 시작 부분의 도로와 그 도로의 분위기에 맞게 흘러나오던 음악은 압권이었다.
마치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암시하듯 크리스의 방에 걸린 흑백사진들의 장면도 의미심장 했다.
저예산의 영화로 순수익을 가장 많이 남긴 영화라는 평이 있음에도 분위기를 압도하는 장면들의 연출력도 좋았다.
영화를 직접 보며 재미를 느껴야하는 내용이나 장면에 대한 설명은 생략하고 나의 느낌을 정리하자면 그렇다.
인종 차별을 염두에 두고 흑백을 강하게 대비시킨 영화임에는 틀림없으나 이 영화를 인종차별 영화로 보아야 할 것인가
그건 우리가 상상하고 지금껏 보아 온 인종 차별과는 전혀 다른, 우월성의 기준이 달라져 있기 때문이다.
혹자는 그걸 역 인종차별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그럴 수도 있고 또 아닐 수도 있다.
정신과 신체, 그걸 흑백으로 치환해 놓긴 했지만 그것은 대체 가능한 존재의 구분을 명목상 편리하게 해놓은 것일 뿐
이 영화는 엄밀하게 생명과 젊음, 건강하고 젊은 신체에 관한 인간의 욕망을 상상력으로 그려놓은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일이 있어서는 절대 안되겠지만 인간의 끝없는 욕망이 언젠가는 그런 현실을 만들어 낼수도 있다는 공감,
그것이 피해자와 피의자가 어떤 인종인가에 상관없이 우리의 미래의 모습일 수 있다 생각하면 불편하고 두려운 것이다.
거짓은 인간을 현혹시킨다.
아름다운 미소와 사랑한단 말 속에 감춘 치명적인 함정과 비밀이, 연인의 거짓 모습 뒤의 배신이
어쩌면 주인공 크리스가 닥친 절체절명의 위험과 위협의 공포보다 더 끔찍한 공포는 아니었을까?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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