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시간/응용 - How?

도심 속 한옥 게스트하우스

다연바람숲 2017. 8. 7. 17:14

도심의 빌딩이 높아질수록 흙을 밟을 수 있는 전통 한옥의 가치는 더욱 빛을 발한다. 도심 한가운데서 여전히 명맥을 잇고 있는 야트막한 한옥. 우리가 잊고 있는 사이 누군가는 이미 매료되어 바쁘게 드나드는 그곳에는 새로운 경험과 감동이 있다.

한글 벽지, 한식 테이블 등 집주인의 감각있는 컬렉션이 돋보인다.

 

 

1 대문을 열면 정겨운 풍경 소리가 손님을 반긴다.
2 집주인이 애정을 갖고 직접 고른 소품들과 벽지도 눈여겨볼 것. 이곳을 찾는 외국인들이 감탄하는 한글 벽지에는 김소월의 산유화가 적혀 있다.
3 대문 너머로 햇살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아담한 마당이 시선을 끈다.

한옥 한 채를 오롯이 경험, 아리랑하우스

북촌 한옥마을에 위치한 아리랑하우스는 많은 게스트 하우스들 가운데서도 큰 인기를 얻어 최근 2호점을 오픈했다. 미국에 사는 친척이 사둔 한옥이 일 년에 한두 번만 사용되고 계속 비어 있는 것이 안타까워 지인들을 대상으로 대여하기 시작한 것이 2009년, 1호점의 시작이었다. 별다른 홍보 없이 알음알음 찾아오는 사람들에게만 공개하던 것이 블로그에 소개되고 외국 호텔 사이트에 등록되면서 점차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그 인기에 힘입어 지난 3월 2호점을 오픈했다.

아리랑하우스의 가장 큰 매력은 한옥 한 채를 통째로 빌릴 수 있다는 점. 게스트 하우스야 많지만 방 하나가 아닌 집 전체를 빌릴 수 있는 곳은 아리랑하우스가 유일하다. 프라이빗하게 장기간 머물고 싶어 하는 외국인들이 주로 찾아오는 것은 물론, 마당에서 바비큐 파티도 즐길 수 있어 국내의 젊은 사람들도 자주 찾는다.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 없고 인원 제한 등 제약이 많은 호텔에 비해 훨씬 자유롭기 때문에 특별한 추억을 남길 수 있는 새로운 파티 장소로 떠오르고 있는 것.

덕분에 주말이면 도심 속에서 한옥의 정취를 즐겨보려는 20~30대 젊은 파티 피플들의 예약이 줄을 잇는다. 한옥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집주인 김자은씨는 한옥의 특성상 문창살 하나만 부서져도 보수하기가 힘든 만큼 한옥에 묵기로 결정한 사람들이라면 세월이 쌓인 공간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와 문화를 지키고자 하는 주인 의식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한옥 창살 너머로 들어오는 햇살과 전등의 불빛이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한옥을 토대로 서양식 편리함을 더한 아리랑하우스의 정체성이 드러나는 공간.

위치_서울 종로구 계동 140-17

객실 수_3개

객실 요금_평일 30만원, 주말 35만원(기본 10명 기준)

문의_010-2002-8657 www.ariranghouse.com

전통 체험의 공간, 봉산게스트하우스

서울 최대의 한옥 밀집 지역인 북촌 한옥마을의 계동길, 나지막한 담장을 따라 안쪽으로 10여 분 들어가면 자개로 장식한 대문이 달린 한옥 한 채가 눈길을 끈다. 과학기술대학 시각디자인과 나성숙 교수가 작년 5월 문을 연 봉산게스트하우스.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그녀가 전통으로까지 영역을 확장한 건 7년 전이다. 우리의 전통문화와 그 가치에 매료된 그녀는 한옥, 옻칠 등 우리의 것에 대해 하나씩 배워나가기 시작했다.

전통에 대한 관심의 연장선상에서 구입한 이곳 봉산게스트하우스는 문을 연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비워 있는 날이 거의 없을 만큼 반응이 좋다. 이곳의 차별점은 체험을 넘어 옻칠 등의 전통문화 수업을 제대로 받을 수 있다는 점. 봉산게스트하우스와는 별도로 계동 입구에 위치한 아담한 크기의 한옥 봉산재는 나성숙 교수의 작업실이자 동네 사랑방인데, 게스트 하우스에 머무는 사람들에겐 언제나 문이 열려 있다. 옻칠과 한지 공예 등의 문화 체험은 외국인뿐 아니라 전통문화에 관심 있는 내국인들까지도 매료시키기 충분하다. 옻칠박물관, 자수박물관 등 주변에 볼거리가 많다는 점도 큰 장점.

 

1 이곳에 머무는 사람 중 원하는 사람은 나성숙 교수의 작업실인 봉산재에서 옻칠 체험을 할 수 있다. 1일 옻칠 체험 비용은 2만원.
2 7개의 방에는 집주인의 취향이 담긴 가구들이 놓여 있다.
3 목화솜으로 만든 한국 전통 침구가 놓여 있는 방 풍경.
4 봉산게스트하우스 전경. 마당에는 티 타임을 즐길 수 있는 테이블이 놓여 있다.

위치_서울 종로구 계동 81

객실 수_7개이용 시간_입실 오후 1시, 퇴실 다음 날 오전 11시

객실 요금_5만~11만원(조식 포함)

문의_02-766-6649 www.bongsanhouse.com

오래된 전통 가옥, 팜카티지

경기도 가평에 위치한 팜카티지는 시간의 무게를 자랑하는 전통 고택이다. 소나무로 둘러싸인 숲 속에 넓은 고택 두 채가 고즈넉하게 자리 잡고 있는데, 200년 된 성춘제와 100년 된 천리제다. 본래 서울 풍납토성에 있던 고택이었으나 올림픽선수촌 조성으로 헐릴 위기에 처하자 집주인 노청년씨가 가평으로 옮겨 지금의 공간을 완성했다. 집을 옮기고 보수하는 데만 4년이 걸렸을 만큼 주인의 남다른 애정이 묻어 있는 공간이다. 가족끼리 사용하던 곳을 게스트 하우스로 오픈한 건 2005년.

게스트 하우스의 특성상 화장실과 부엌만 현대식으로 개조하고 나머지 부분은 본래 모습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인적이 드문 소나무 숲을 거닐며 삼림욕을 할 수 있는 곳이라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여유를 느끼게 된다. 조용한 작업 공간을 찾아 온 작가, 화가 등이 한 달 이상 머물기도 하고, 도심의 속도를 비껴가고 싶은 가족 단위 손님도 상당수다. 또한 침대 방을 따로 마련했을 정도로 외국인에게도 인기가 좋은데, 한번 와본 손님들로부터 다시 찾아오겠다는 메일도 수시로 받는다고. 날씨가 따뜻해지면 집 앞에 위치한 홍천강에서 수상 레포츠를 즐길 수도 있고 주말 농장 체험 등 다양한 체험 활동도 할 수 있다.

위치

위치_경기 가평군 설악면 미사리 4-1

객실 수_4개

이용 시간_입실 오후 3시, 퇴실 다음 날 낮 12시

객실 요금_8만~28만원

문의_031-584-7279 www.farmcottage.co.kr

 

1 좌식 생활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 손님들을 위해 침대와 소파, 테이블을 배치하고 컬러 벽지로 포인트를 주었다. 오래된 한옥임에도 서양식 가구와 제법 잘 어울려 색다른 분위기가 난다.
2 고즈넉한 온돌방은 영화 '비밀애'에서 영화배우 유지태가 묵었던 공간이다.
3 도심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널따란 마당과 확 트인 풍경은 팜카티지의 자랑.

고가구 컬렉터인 집주인의 취향이 묻어나는 유진하우스의 방 풍경.

역사가 있는 고가구 구경, 유진하우스

유진하우스는 도심 속에서 만날 수 있는 70년 된 전통 한옥이다. 대들보와 서까래, 겹처마, 대청마루와 같은 뼈대는 고스란히 유지한 채 부분적으로 개조해 2009년 게스트 하우스로 문을 열었다. 겉모습은 여느 게스트 하우스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집주인의 문화 취향이 이곳을 특별하게 만든다. 일본과 중국 등에서 몇 년간 살았던 집주인은 동양 문화에 푹 빠져 하나 둘 모아온 도자기와 다양한 고재 가구를 하나도 버리지 않고 국내에 들여왔다. 사극에서나 볼 수 있는 꽃가마, 지게 등을 포함해 이곳 8개의 방을 채우고 있는 물건들은 모두 역사가 있다.

물레와 절구 등 쉽게 볼 수 없는 전통 소품을 만나는 일은 외국인뿐 아니라 내국인에게도 생소함인 동시에 큰 즐거움이다. 아침에는 다양한 곡물을 빻아 쑨 영양죽과 매실차, 한식 반찬 몇 가지, 고구마와 밤 등의 간식거리가 정갈하게 차려져 나온다. 한 번 방문했던 외국인들이 이곳만의 독특한 스타일에 감동해 자신들만의 정보 공유 사이트를 통해 입소문을 내고, 그 글을 보고 찾아오는 손님도 상당수다.

몇 해 전 방문했던 손님이 잊지 않고 또 이곳을 찾을 때는 평소엔 담담하던 안주인도 고마움에 마음이 짠해진다. 큰길에서 벗어난 안쪽에 위치해 있어 대청마루에 앉아 책을 읽거나 밤하늘의 별을 올려다볼 땐 한적한 분위기가 감돌지만, 문 밖을 나서면 도보 5분 거리에 대학로가 있어 문화적인 혜택도 덤으로 누릴 수 있다. 또한 서울성곽을 오를 수 있는 야트막한 등산로는 유진하우스를 찾는 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산책 코스. 다도, 전통 혼례 등 체험 프로그램도 준비돼 있는데, 그중 외국인에게 가장 반응이 좋다는 한복 체험을 위해서는 무려 400여 벌의 한복이 준비되어 있다.

 

1 유진하우스 외관. 대들보와 서까래, 겹처마 등의 뼈대는 그대로 남겨두고 부분적으로만 개조했다.
2 이곳의 가구 하나하나에는 역사가 깃들어 있다. 원하는 손님들은 구매도 가능하다.
3 유진하우스는 다도를 비롯해 다양한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4 한쪽 벽에 걸려 있는 토속적인 장식품들이 재미있는 풍경을 만든다.

위치_서울 종로구 혜화동 5-42

객실 수_8개

 

기획_강민경, 엄수진 사진_이재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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