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너머 풍경/순수 - 비우는말

가장 알기 쉬운 건 손을 놓는 순간이지

다연바람숲 2017. 7. 10. 15:42

 

 

 

 

가장 알기 쉬운 건 손을 놓는 순간이지.

놔버려서 개운해지는 건 논외로 하고,

미련을 갖고 계속 쥐는 건 말할 가치도 없어.

 

상대방에게 가장 좋은 타이밍으로,

하지만 사실은 놓고 싶지 않고 더 쥐고 있고 싶은,

그만큼 상대를 생각하는 마음을 가지면서,

그렇기 때문에 부드럽게 손을 놓는 거야.

 

요컨대 헤어질 때 인간성이 가장 잘 드러난다고 하잖아.

 

                        - 오누마 누리코 <한밤중의 베이커리> 중에서​ 

 

 

*

 

 

숱하게 싸우고 만나고 헤어지길 반복했던 연인들이

정작 마지막으로 상대의 손을 놓을 때는

 

그들을 끊임없이 싸우고  불화하게 했던

수 십, 수 백까지의 이유때문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지탱시켜 준

단 한 가지 이유가 완벽하게 무너졌을 때이다

 

이미 헤어질 준비가 된 사람들의 이별은 그러므로

상대의 타이밍을 배려할만큼 부드럽거나 인간적이지 못하다.

 

헤어질 때의 인간성이 모질고 잔인할수록

같은 실수를 반복할 가능성이 적다는 걸

그들 스스로 이미 터득해 왔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