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너머 풍경/감성 - 통하는문

영화 싱글 라이더 A Single Rider, 2016

다연바람숲 2017. 3. 30. 14:04

 

 

 

그가 사라졌다
그에게서 모든 것이 사라졌다
증권회사의 지점장 강재훈(이병헌).
안정된 직장과 반듯한 가족, 나름 성공한 인생이라 생각했다.

어느 날 부실채권 사건으로 모든 것을 잃어버린 그는 가족이 있는 호주로 떠난다.

그러나 다른 삶을 준비하는 아내 수진의 모습을 보고 선뜻 다가가지 못하고 돌연 자취를 감추는데...

완벽한 가정, 사라진 남편, 아무도 몰랐던 그의 충격적 진실이 밝혀진다

 

 

 

Single Rider - 1인 탑승객, 혼자 여행하는 사람

 

 

때로 외면하고 싶은 진실이 있다.

설령, 그것이 외면할 수 없는 진실일지라도 회피하고 싶은 일들도 있다.

모든 것을 다 가졌지만, 가졌었지만 모든 것을 다 잃었었을 때의 상실감은

어쩌면 아무 것도 가지지 않았던 사람의 그것과 비교할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혼자 살아가는 인생이라고 했다.

인간은 끝끝내 고독한 존재라고 했다.

혼밥 혼술이란 말까지 일상적인 용어가 되는 요즘 세상에서

혼자라는 것은 특별할 것 없는 단순한 삶의 방식일 수도 있다.

 

 

 

주인공 재훈은 증권회사의 지점장으로 기러기 아빠이다.

아내 수진은 남편의 권유로 아들의 유학을 위해 호주에 있다

아내 수진의 남자 친구 크리스는 코마 상태의 아내를 둔 남자이다

크리스의 아내는 딸이 태어나자마자 홀로 코마와 싸우는 환자이다

재훈과 호주에서 만난 지나는 알바로 모은 돈을 환전하다 사고를 당한 여자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은 관계가 얽혀있으나 결국 모두 혼자인 사람들이다.

크리스의 아내가 재훈에게 말하듯 크리스가 처음 수진을 보았을 때 외로워 보였다는 말이

서로 수긍하지 못하지만 결국 그들 모두가 얼마나 외로운 존재들인지에 대하여 설명해준다.

 

 

부실채권 매입으로 인해 자신을 믿고 투자해준 고객들이 피해를 당하자 재훈은

모든 것을 정리하고 호주에 보낸 이후 단 한 번도 궁금해하지 않았던 아내와 아들을 찾아간다.

절망적인 상황에서 찾아간 가족이지만, 그가 마주한 가족과 현실은 그를 더욱 절망하게 한다.

백인 남자친구와 다정한 모습의 아내, 시향에 입단해 다른 삶을 준비하려는 아내,

자신이 없는 자신의 가족들이 평온하고 행복한 일상을 보내는 모습을 지켜보며 재훈이 느낀 건

처음엔 배신에 대한 분노였겠지만 점차 자신의 무관심과 무책임에 대한 후회였을지도 모른다.

 

 

 

낯선 사람을 믿고 환전하려다 험한 일을 당하고만 지나는,

믿고 궁금해하지 않았던 가족에게조차 싱글 라이더가 된 재훈, 그 자신의 모습이었을 것이다.

 

 

 

 

영화 속의 반전은 우리의 시각을 전혀 낯설게 한다.

우리가 영화를 통해 바라봤던 시각과 시점들을 다른 방향으로 바라보고 생각하게 한다.

그것이 이 영화가 가진 가장 큰 매력이다.

 

세상을, 사회를, 가족을, 나를,

한걸음 떨어져 타자의 시선으로 바라볼 때 내가 미처 보지못했던 것들이 보인다는 의미일 것이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영화 초입의 고은 시인의 시가 이해될 무렵,

저 시가 이 영화의 모든 메시지를 압축했다는 걸 알게될 때 영화는 끝이난다.

 

행복은 미래에 있는 것이 아니다.

행복은 지금 여기에 있는 것이다.

고지에 오르기에 바빠서 우리가 외면해 온 꽃들이 사실 거기 있었음을

우리는 눈 앞에 있는 꽃조차 못보고 지나치고 너무 늦게 후회를 하는 것이다.

누구나 싱글 라이더를 선택하진 않지만 누구나 싱글 라이더가 될 수 있다는 것,

자의적인 선택과 상관없이 주어지는 혼자, 혼자라는 사실에 더 외롭지않게

 

보라고 봄이다.

보라고 꽃이다.

 

이 봄, 부디 곁에 꽃 피어있는 행복과 눈 맞추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