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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마다 시골 별장

다연바람숲 2017. 3. 13. 12:02

주말마다 시골 별장

 

 

캠핑이 좋아 주말마다 한 짐씩 챙겨 강원도 구석구석을 누볐더랬다. 그러다가 발품 팔아 시골집 한 채를 샀다. 잠깐씩 머물러도 일주일을 이겨낼 수 있는 에너지를 얻게 된다는, 농가 주택을 개조한 주말 별장 이야기.

 

흙냄새 나는 주말 별장

은퇴 후 산 좋고 물 좋은 지방의 한적한 곳에서 자연의 풍요로움을 느끼며 살고 싶은 로망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홍성권, 김정옥씨 부부에게도 ‘시골살이’는 자녀를 모두 출가시킨 후 언젠가 꼭 해봐야 하는 인생 계획 중 하나였다.

부부의 직업과 중학생, 초등학생 남매의 교육을 위해 현재는 도시의 아파트에 머물 수밖에 없지만 자녀들이 독립하면 공기 좋고 한적한 곳에 집을 마련해야겠다고 늘 생각해왔다. 가족 구성원 모두 캠핑을 좋아해 주말이면 짐을 싸서 수도권과 가까운 강원도 이곳저곳을 누비며 자연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이제 더 이상 새로운 곳이 없다고 느낄 즈음 ‘시골집을 마련해 주말 주택으로 이용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한옥을 좋아하고 빠른 것보다는 여운 있는 ‘슬로 라이프(slow life)’를 추구하는 김정옥씨는 남편을 설득해 농가 주택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2년여 정도 발품을 판 결과 캠핑 다니면서 익숙해진 강원도 영월에 행랑채가 마음에 드는 시골집 한 채를 구입했다. 지난 5월 초, 리모델링 공사가 마무리된 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가족 모두 주말이면 당연하게 이곳을 찾는다.

“지인들이 그렇게 먼데 주말 주택이 되느냐고 종종 물어봐요. 그런데 잠깐 쉬었다 가더라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고 참 좋아요.” 특히 김정옥씨는 주방 식탁에 앉아 통창을 통해 바깥 풍경을 바라보며 커피 한잔 마실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했다. 조금 불편하더라도 평온한 시골살이를 만끽하고 싶어 최소한의 전자 기기만 들여놓았다. 덕분에 가족들에게 오롯이 집중하는 시간이 늘었다.

“아이들이 처음에는 좀 심심해했는데 동강에 다슬기 잡으러 가고 동네 구경도 함께 다니면서 저희 부부보다 더 자연을 즐기고 있는 것 같아요.” 또 정 많은 마을 사람들의 마음 씀씀이가 큰 위안이 된다고도 했다. “곤드레밥도 해주시고 알게 된 지 얼마 안 됐는데 저희를 자식처럼 생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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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주인 감성 따라 고친 농가 주택

오랫동안 열망했던 시골집을 구입했으니 부부의 기대는 당연히 컸다. 특히 시골의 따뜻한 정서를 좋아하는 안주인 김정옥씨의 농가 주택에 대한 애정과 관심은 남달랐다. 하지만 리모델링 공사를 시작하기도 전에 의외의 변수가 등장했다. 행랑채가 마음에 들어 구입한 집인데 개조 견적을 요청하면 행랑채의 매력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작년 6월에 구입한 집의 공사를 올해 4월에야 마친 것도 이 때문이다.

결국 전문가를 직접 찾아 나선 안주인 김정옥씨가 서점에서 발견한『2천만원으로 시골집 한 채 샀습니다』의 저자 오미숙 실장의 블로그를 찾아본 뒤 그에게 농가 주택 개조를 의뢰했다. “건축주가 제가 쓴 책을 얼마나 열심히 봤는지 서까래 살리는 것, 펌프 수돗가, 화이트 벽채 등 제가 잘하는 것들을 콕 집어서 요구하더라고요.” 오미숙 실장은 그때를 떠올리며 말했다.

기존 집은 ‘ㄱ’ 자 행랑채가 안채의 시야를 막고 창이 적어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음침한 편이었다. 오미숙 실장은 한쪽 벽을 헐어내고 데크를 깔아 오픈된 공간으로 만들고 집 안 군데군데 통창과 외부로 통하는 문을 만들어 분위기를 환하게 바꿨다. 또 황토벽과 구들, 천장의 대들보와 서까래, 나무 기둥 등 한옥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면서 취약점인 단열에 신경 썼다. 물론 사용자의 편의를 생각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지금의 부엌 공간은 원래 방이었어요. 기존의 부엌과 방 하나를 터서 다이닝 겸용으로 쓸 수 있게 현대적인 구조로 바꿨지요.” 김정옥씨가 행랑채 다음으로 신경 쓴 공간이 부엌이었는데 실내 인테리어를 보면 안주인의 취향을 엿볼 수 있다. “싱크대 공간에서 답답한 상부장을 없앤 후 선반을 설치하고 컬러풀한 타일을 시공해 포인트를 줬어요. 또 접이식 이중 창문을 달아 카페 같은 느낌을 살렸어요.”

조명과 가구 역시 건축주의 취향을 고려해 빈티지와 앤티크를 적절하게 믹스했다. 토목 공사와 수도 설비 때문에 예상보다 작업 기간이 길어졌으나 두 달여간의 공사를 거쳐 음침했던 붉은 벽돌집은 프로방스의 시골집을 연상시키는 사랑스러운 집으로 바뀌었다.

1행랑채가 돋보이는 독특한 구조의 농가 주택 외관.

2부엌의 상부장 대신 선택한 나무 선반. 덕분에 부엌 벽면이 그릇 갤러리 같다.

3프로방스 지역의 시골집을 연상시키는 부엌 전경. 지지대로 사용된 노출 기둥을 경계로 방과 부엌이었던 공간을 하나로 만들었다.

4‘힐링’이라는 단어가 절로 떠오르는 침실. 주말 주택이라 살림살이는 최소한으로 두고 사용한다.

5행랑채에서 여유로운 오후를 보내고 있는 가현이. ‘ㄱ’ 자 형태의 행랑채는 데크가 깔린 오픈된 공간 외에도 손님방 2개와 창고가 있다.

6부엌 겸 다이닝 공간의 한쪽 코너. 식탁에 앉아 이 통창으로 바라본 바깥 풍경은 한 폭의 그림 같다.

기획_이미주 | 사진_박상국(brick studio)
여성중앙 2015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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