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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스타일 인테리어.. 나의 추억과 현재가 만나다

다연바람숲 2017. 3. 9. 17:51

*2013년 서울 스타일이라는 리빙 스타일 제안인데, 2017년인 지금 보아도 멋스러워요.

 

2013 SEOUL STYLE

 

등잔 밑이 어두웠습니다. 왜 인테리어 트렌드는 해외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는지. 알고 보면 우리 안에는 미처 꽃피지 못한, 주옥같은 리빙 스타일이 있는데 말이죠! 스타일리스트 민송이, 민들레 자매가 제안합니다.

세상의 모든 스타일을 섭렵한 그들이 꺼내 든 히든카드, 2013 서울 스타일. 지금 내 나이였던 우리 엄마가 애지중지 멋스럽게 여겼던 살림들이 '서울 스타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시대의 핫한 디자인을 짝짓다

 

"이거 은근 세련된 모던 스타일이잖아?" 어릴 적 집에서 찍은 사진을 볼 때마다 '득템'을 하곤 합니다. 30년 전, 거실에 걸려 있던 숫자 달력은 지금 유행하는 미니멀한 플립 시계와 닮았고 붉은 자개함은 네모반듯한 철제 수납장처럼 보이니 말이죠.

먼 옛날 조상이 쓰던 앤티크가 아닌, 나 또한 보고 써본 살림들. 당시 보편타당한 디자인으로 사랑 받았던 아이템을 요즘 디자이너가 만든 소품과 매치하다 보면 나만의 스토리와 시대 감성이 담긴 스타일이 완성됩니다.

 

1 엄마는 귀하게 여겼지만 어린 내 눈에는 촌스러웠던 자개상과 함. 버리지 않은 게 얼마나 다행인지! 베이식한 패브릭 소파와 가녀린 라인의 철제 디자인 가구로 꾸민 거실에 커피 테이블로 조합하니 고고한 멋이 흐르는 거실이 완성되었다.

패브릭 소파와 쿠션, 벽시계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검은색 실로 십장생을 수놓은 쿠션은 스타일리스트가 제작한 것이다. 자개상과 함은 모두 대부앤틱 제품. 원형 사이드 테이블과 의자는 이노메싸 판매.

 

2 한옥 창호를 배경으로 놓은 나무 반닫이와 청화백자, 숫자 달력의 조합. 여기에 보편적 디자인으로 사랑받는 모던 디자인 의자와 요즘의 젊은 디자이너가 만든 촛대와 모빌을 매치하니 추억과 현실이 공존하는 개성적인 스타일이 탄생했다.

프리츠한센 앤트 체어와 반닫이, 모빌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달력은 철제 보드 노트를 활용해 만든 것이다. 청화백자 도자기는 대부앤틱 제품. 철제 보드 노트와 별 모양 오브제는 오벌, 컬러 촛대는 이노메싸 판매.

절대적 가치를 되살리다

 

"도대체 이건 뭐야?" 정체를 알 수 없는 물건들. 엄마는 참 희한한 물건을 많이도 갖고 있었더랬죠. 제 눈엔 그저 이불보처럼 보였던 흰색 천이 뭐 그리 대단한지 장롱 깊숙이 보관하고, 헐거운 다리 때문에 쓰지도 않는 밥상은 왜 그리 기름을 먹여가며 닦으시던지.

그런데 철이 들고 알았습니다. 그게 그 귀한 '혼수'라는 것을 말이죠. 옷장을 대신했다는 횟대보, 결혼식 때 쓴 혼례상. 시대가 변하고 세월이 흘러도 버릴 수 없는 절대적 가치. 이게 지금 우리 생활에 들어온다면….

 

1 옷장이 흔치 않던 시절, 옷을 걸어놓고 먼지를 막기 위해 덮어놓았다는 횟대보. 지금은 이를 사용할 필요 없지만 이런 어여쁜 자수가 놓인 천은 쉽게 만날 수 없는 법. 이를 커튼으로 재활용하니 방 안에 화조도 한 점 걸어놓은 듯하다.

횟대보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빛과 시선 차단을 확실히 하기 위해 횟대보보다 넓고 긴 사이즈의 리넨 커튼을 만들어 함께 매치했다. 창가에 놓인 도킹 오디오 'beoplay a8'은 뱅앤올룹슨 제품.

 

2 2인용 식탁 상판의 정체는 바로 혼례상. 신랑 신부가 마주보며 혼인을 치른 상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이렇게 이상적인 비율은 당연지사. 헐거워진 접이식 나무 다리를 제거하고 금속 파이프로 다리를 새로 만들었다.

귀한 상을 실용 만점 식탁으로 재활용한 묘미, 다이닝룸을 특별하게 연출하는 비법이다. 혼례상 테이블은 스타일리스트 제작, 테이블 위에 놓인 화문석함과 옷걸이 모양의 횟대보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과일 트레이와 의자, 펜던트 조명 모두이노메싸판매.

시공 초월 타임슬립 스타일

 

"엄마, 옛날에 찬장에 있던 복(福)자 새겨진 사발, 아직 갖고 있어요?" 이런 걸 두고 귀소 본능이라고 하나봅니다. 유럽의 청화백자를 보며 '아름답다, 역시 스칸디나비안 스타일이야!' 감탄해 마지않았더랬죠.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제 눈앞에 어릴 적 봤던 그 사발이 아른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세상에, 지금 다시 찾아보니 이거 정말 물건이더군요. "청화백자, 우리도 원래 식기로 썼던 거잖아!"

 

1 일명 '차단스'라 불렸던 식기장. 매일 사용하는 사발부터 귀한 유기까지 칸칸이 정리되어 있던 그릇장은 집 안에 별다른 장식 요소가 없던 시절 '장식장' 역할까지 도맡았다. 생활의 멋과 기품을 담아내는 귀한 그릇은 되도록 유리문 앞에 고이 모셔두었으니.

그릇장은 대부앤틱 제품. 그릇장 위에 있는 대형 커피잔과 새집 오브제, 레드 의자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장 위에 놓인 도자기 주전자 모두 로얄코펜하겐, 도시락 바구니는 규방도감 제품.

찬장 맨 위 칸에 놓인 유기그릇은규방도감, 백자 저그는 로얄코펜하겐, 나머지 백자 대접과 도기는 우일요 제품이다. 아래 칸에 놓인 대나무 바구니와 목기 수저, 무명 행주, 초록색 접시, 의자에 걸친 행주는 모두 규방도감 제품. 청화백자 컵은 우일요, '복'자가 새겨진 사발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2 할머니가 드시던 한약 그릇, 혹은 쌀밥이 수북이 담겨 있던 밥공기로 기억되는 백자 사발. 수복강녕을 기원하는 한자 문양이 매력적인 대접을 곁에 두고 사용하기 위해 향초 그릇으로 활용했다.

은은한 향기를 전하는 동시에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오묘한 매력이 돋보인다. 100% 식물성 소이 왁스와 천연 에센셜 오일을 사용해 만든 향초는 스타일리스트가 제작했다. 백자 사발은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테이블은 옛날 밥상 상판에 재봉틀 다리를 붙여 만들었다.

안방은 스타일의 보고

 

"그만 네 방에 가서 놀지 않을래?" 아빠가 오시기 전까지 안방은 우리 차지였다. 푹신푹신한 보료를 매트 삼아 데굴데굴 폴짝폴짝 뛰어놀다 이게 지겨워질 때면 화장대로 직행했다.

키가 작은 아이들에게 좌식 자개 화장대는 최고의 놀이터. 서랍에서 립스틱을 꺼내 몰래 바르고 거울을 보는 게 얼마나 재미있던지. 유년 시절을 추억하면 내 방보다 안방이 더 또렷하게 떠오른다.

 

1 벽에 기대 앉거나 바닥에 누워야 안락함을 느끼는 것이 우리의 솔직한 생활 습관. 문득 엄마 아빠가 쓰던 보료가 그립지 않은가? 물론 빨강과 파랑 공단으로 만든 보료는 '오버'지만 누빔 광목으로 만든 방석과 쿠션으로 연출한 심플 모던한 보료라면 부담 없이 시도해볼 수 있겠다.

여기에 향수를 더해보자면 한국적인 자수가 수놓아진 쿠션을 매치할 것. 광목 방석과 매트, 소반, 필통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수가 놓인 방석과 쿠션은규방도감제품.

 

2 어릴 적 탐났던 엄마의 빨간색 자개 화장대. 그중 거울만 분리해 화장실 거울로 재활용했다. 어디서도 볼 수 없는 화려한 프레임 덕분에 거울에 비친 모습은 물론 칙칙한 화장실도 화사하게 변모했다. 자개 거울과 시력검사 보드를 본뜬 거울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세면대는 고재 상판과 재봉틀 다리를 재활용해 만들었다.

 

기획_이정민 사진_전택수 어시스턴트_장문희, 정재성, 한혜성

레몬트리 2013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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