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절 / 장석주
튀긴 두부 두 모를 기쁨으로 삼던 추분이나
북어 한 쾌를 끓이던 상강(霜降)의 때,
아니면 구운 고등어 한 손에 찬밥을 먹던
중양절(重陽節) 늦은 저녁이었겠지.
당신과 나는 문 앞에서
먼 곳을 돌아온 끝을 바라본다.
물이 흐르는데
물은 제 흐름을 미처 알지 못하고,
정말 가망이 없었을까?
작별의 날이 세 번씩이나
왔다 가고,
마음은 철없는 손님으로 와서
가난을 굶기니 호시절이다, 오늘은
어제의 내일이고
또 다시 내일의 어제일 것이니,
오늘은 당신과 나에게도
큰 찰나!
잿빛 달 표면 같은 마음으로
기쁨이 날개를 활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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