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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디자이너 김혜정의 친구처럼 편안한 집

다연바람숲 2015. 10. 22. 19:54

 

인테리어디자이너 김혜정의 친구처럼 편안한 집

 

 

인테리어업계의 최전방에서 최신 트렌드와 감각적인 스타일링 비법을 전파해온 인테리어 디자이너 김혜정 실장이 파주에 첫 단독주택을 지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만만치 않은 내공을 지닌 20여 년 경력의 그녀가 손수 꾸민 집이라니, 마치 일류 셰프가 가족을 위해 차리는 저녁식탁을 엿보는 것만큼이나 큰 호기심과 기대를 가득 품은 채 그녀의 집을 찾았다.

 

 

 


- 가운데 위치한 중정을 통해 들어오는 빛이 주방을 가득 메우고 있다. 중정과 마주한 주방은 그녀의 취향이 잘 드러난 공간으로, 인더스트리얼 스타일의 주방가구와 빈티지 원목가구, 그리고 그녀가 모아온 다양한 한식 그릇들이 잘 어우러져 따스한 느낌을 자아낸다. 


1. 욕실로 가는 복도 끝에는 그 동안 고이 간직한 멋스러운 전통 고가구를 놓고 그 위 창에는 엄마의 유품으로 만든
조각보 커튼을 달아 보고만 있어도 가슴이 따뜻해지는 그런 공간을 연출했다.  
2. 빈티지한 철제 벤치와  고가구들로 꾸며진 거실. 가구 디자이너 한결 작가가 선물한 원목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공간을 더욱 깊고 은은하게 만들어 준다. 
3. 빈티지 철제 캐비닛을 신발장으로 사용한 현관. 신발장 위에 조르르 줄을 맞춰 올린 도자기가 멋스러움을 더한다. 
4. 주방 옆 냉장고 위에는 손때 묻은 것을 좋아하는 그녀의 취향을 엿볼 수 있는 아기자기한 주방 소품이 놓여 있다. 



따스한 빈티지 감성을 들이다 


1. 인더스트리얼 스타일의 싱크대 하부장에 원목으로 만든 오픈 수납장을 매치해 즐겨 사용하는 주방용품 등을 보기 좋게 진열했다.
2. 침대 맞은편에 위치한 붉은색 자개장. 중고로 구입해 자기를 새로 덧입혔다.
3. 키 낮은 모서리 창이 멋스러운 침실. 침대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면 동네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자동차 경적 소리마저 멀게 느껴지는 파주의 한적한 시골마을, 넓은 논밭을 가로질러 가다 보면 유독 눈길이 가는 새하얀 집 한 채가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하얀색 외관, 그러나 자세히 보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비스듬한 지붕이 범상치 않은 이곳은 인테리어디자이너 김혜정 실장의 집이다. 

의류디자인을 전공한 그녀는 우연한 기회에 매장 디스플레이를 하면서 인테리어업계에 발을 들여놨다. 그때부터 옷이 아닌 집, 의류매장, 카페, 레스토랑 등 사람이 먹고 사는 공간을 디자인하기 시작했고 그 매력에 빠져 20여 년이라는 세월을 보냈다. 그리고 그동안 갈고닦은 솜씨가 그녀가 스스로를 위해 선물한 첫 번째 집에 고스란히 담겼다. 

“워낙 빈티지 스타일을 좋아해요. 어려서부터 주말이면 청계천 빈티지 골목에 가서 살다시피 했죠. 빈티지에는 새것이 흉내 낼 수 없는 따스함이 있어요. 아무리 차가운 공간이라도 빈티지 소품 하나면 그 공간에 금세 온기가 돌죠.”

그녀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빈티지를 좋아하는 빈티지 마니아다. 그런 그녀의 취향은 집에도 잘 반영됐다. 커다란 나무문을 열고 들어서면 마주하게 되는 예사롭지 않은 빈티지한 신발장 캐비닛부터 빈티지 블랭킷이 멋스럽게 드리워진 거실 철제 소파, 8년 동안 써왔다는 커다란 원목식탁, 그리고 침실에 있는 붉은색의 자개장, 복도에 놓인 고풍스러운 고가구와 아기자기한 소품 등 어느 것 하나 빈티지가 아닌 게 없을 정도다. 집을 짓고 나서 싱크대 외에는 새로 산 가구가 하나도 없다고 그녀는 말한다. 모두 지금까지 그녀가 하나하나 고이 간직한 보물들이고, 그 보물들이 이제야 제자리를 찾은 것이다. 오래된 것이 지닌 스토리와 감성이 매력적인 빈티지. 그녀의 집은 빈티지가 주는 따스함이 담겨 엄마 품처럼 안락하고 포근하다.
 


1. 맥반석 온돌방에 놓인 고가구와 소품들. 한국적인 빈티지와 이국적인 빈티지가 만나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2. 복도 끝에 자리한 욕실 역시 빈티지 트렁크를 벽장으로 활용한 그녀의 톡톡튀는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3. 집 안 곳곳에 놓인 뜨개실도 장식 소품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뜨개질도 수준급인 그녀는 지난해 11월 <집과 뜨개질>(포북)이라는 책도 냈다. 
4. 주방으로 이어지는 복도 벽면에도 고가구와 오랜 손때가 묻어 멋스러운 빈티지 소품을 매치했다.



집, 친구가 되다 


1. 2층 작업실 겸 서재에는 그녀의 취향을 엿볼 수 있는 책들과 여행을 하며 사다 모은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2. 창을 마주 보며 자리하고 있는 기다란 빈티지 원목책상. 창을 바라만 보고 있어도 시간이 훌쩍 간다는 이곳은 그녀만의 힐링 스폿이다.

김혜정 실장의 집은 네모반듯한 모양이다. 그리고 집 중심에 또 네모반듯한 중정이 자리를 잡고 있다. 다시 말해 네모난 집 안에 또 네모난 중정이 있는 구조의 이층집이다. 1층은 작은 거실, 침실, 맥반석 온돌방, 욕실, 주방이 중정을 따라 위치해 있으며, 주방 한쪽 끝에 있는 계단을 따라 오르면 서재 겸 작업실로 사용하는 햇살 좋은 2층이 자리하고 있다.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고 하잖아요. 집도 마찬가지인 거 같아요. 그래서 집을 친구처럼 꾸미고 싶었어요. 나의 모든 것을 속속들이 다 아는 친구, 그래서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키며 내 모든 걸 받아주는 친구, 그런 집을 꿈꿔왔죠.”

그녀는 집을 지을 때 미려한 디자인이나 크리에이티브한 감각을 뽐내기보다는 최대한 편안한 집, 친구 같은 집을 꾸미길 원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바로 스틸과 원목, 빈티지였다. 이 세 가지 요소들은 다른 듯 비슷하게 한데 어우러지고 그녀가 가진 고유의 정서를 더해 그녀가 원하는 딱 친구처럼 편안한 집으로 다듬어졌다. 

그녀의 집을 찬찬히 둘러보다 보면 어디에서 본 듯한 물건이 하나도 없다. 빈티지도 빈티지지만 그녀는 버려지는 땔감 나무를 얻어 온 다음 그 위에 조명을 달아 아트적인 감각이 묻어나는 오브제로 재탄생시킨다. 이런 식으로 그녀의 손길이 닿아 새 생명을 얻은 운 좋은 가구나 소품들이 한두 개가 아니다.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는 유연한 사고로 집을 놀이하듯 재미있게 꾸며가는 김혜정 실장. 세월이 쌓이면서 관록이 더해지는 빈티지처럼 그녀의 집도 매일 새로운 이야기가 켜켜이 쌓여가고 있다.
 


1. 집 중앙에 자리한 중정. 이 중정을 통해 집 안 곳곳 봄 햇살이 따뜻하게 드리워진다.
2. 책상 위에 놓인 오래된 멋이 흐르는 빈티지 타자기에 앉아 있는 앙증맞은 인형이 위트를 자아낸다.
3. 길게 난 창 위는 김혜정 실장의 취향이 묻어나는 아기자기한 소품으로 장식했다.
4. 창을 통해 들어오는 따사로운 햇살이 아늑한 공간을 연출해주는 2층 작업실 겸 서재. 1층으로 내려가는 계단 옆은 유리 파티션으로 제작해 개방감을 더했다. 


출처 : 여성 조선 

글ㅣ 진행  박미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