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너머 풍경/단상 - 바람엽서

착각

다연바람숲 2015. 8. 24. 17:37

 

 

 

 

샵 뒤의 작은 뒤란

벽과 담장 사이 쪼그리고 앉아

한철 꽃 피우고 폐허가 된 화분들을 살피다가

문득 올려다 본 허공에 거미 한 마리,

공중부양 중이시다 

 

저기 허공 어디 줄이 있을 것이나

그 줄을 에둘러 길을 내고 집을 지었을 것이나

흐린 하늘을 배경으로는 보이지않는다

 

줄도 없이 공중부양 중인 듯한 거미처럼

보이지않는 것들이 만들어내는 허상,

그 뻔한 착각에 더러 속는 날이 있었다

 

눈에 보이지않으면 없는 것이라고

왜곡된 불편한 진실들을 믿다가

거미줄 같은 낭패를 뒤집어 쓰기도 했다

 

하늘 쪽으로는 안보이던 거미줄이

조금만 각도를 달리하면 보인다

 

외면하거나 걷어 치우거나

지금은 나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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