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탁본 / 이영광

다연바람숲 2014. 12. 27.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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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본 / 이영광

 

평안하다는, 서신 받았습니다

평안했습니다

 

아침이 너무 오래 저 홀로 깊은

동구까지 느리게 걸어갔습니다

앞강은 겨울이 짙어 단식처럼 수척하고

가슴뼈를 단단히 여미고 있습니다

 

마르고 맑고 먼 빛들이 와서 한데

어룽거립니다

당신의 부재가 억새를 흔들고

당신의 부재가 억새를 일으켜 세우며

강심으로 세차게 미끄러져 갔습니다

 

이대로도 좋은데, 이대로도 좋은

나의 평안을

당신의 평안이 흔들어

한 겹 살얼음이 깔립니다

 

아득한 수면 위로

깨뜨릴 수 없는 금이 새로 납니다

물 밑으로 흘러왔다

물 밑으로 돌아가는 뒷모습

흰 푸른 가슴 뼈에

탁본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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