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너머 풍경/독서 - 빌리는 말

고마워요 소울메이트 / 조진국

다연바람숲 2014. 9. 29. 12:04

 

 

 

 

 

 

 

 

 

 

고장난 차가 자꾸 멈춰서듯, 사랑도 자꾸 삐끗할 때가 있다.문제가 있는 걸 알면서도 출발하면 반드시 문제가 터지게 되어 있다. '이 사람이어야 해'가 아니라 단지 '사랑하고 싶어'서 스스로에게 최면을 건 것일 수도 있다. 사랑이 끝났다는 마음의 신호를 무시하고 달렸을 수도 있다. 여기까지 함께 온 기억이 너무 아까워서, 이별 뒤에 올 아픔이 두려워 결별을 받아들이기 힘들어도, 내 사랑이 아니라면 그쯤에서 멈춰야 한다. 순환로를 돌다 돌다 지쳐 추한 모습만 간직한 채 헤어지는 것보다 중간에 내리는 편이 나은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함께해온 시간으로 계속 함께하기엔 힘든 관계라는 걸 알게 됐으니 그걸로 된 거다. 더 늦기 전에 핸들을 돌려 유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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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혹한 이별을 맞았다면 차라리 더 잘 된 것이다. 고통의 터널에서 빠져나오는 길이 길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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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워하면서 깨알 같은 사랑의 글씨를 수정액으로 칠하는 이별의 절차대신 한 번에 버리기로 한다. 휴지통에 편지를 구겨넣듯 가차없이 버리기로 한다. 이제 나는 매끄럽고 빠르게 이별의 터널을 빠져나올 것이다. 그를 미워하다가 결국 다시 사랑하게 되는 요요현상 같은 건 없을 것이다. 그 사람이 그럴 가치가 없는 사람이라는 걸 확실히 알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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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다시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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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오는 걸 막을 수는 없다. 사랑은 오겠다고 마음먹으면 어떻게든 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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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사랑이 와서 문을 두드리면, 그 사랑이 어떤 길을 통해서 어떤 모습으로 왔다는 건 다 잊어버리고 받아들여야 한다. 깊은 터널 끝엔 빛이 있고, 긴 겨울의 끝엔 봄이 오듯, 피할 수 없는 사랑은 반드시 찾아오게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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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하지 못할 사랑은 없다. 하지 않은 사랑이 있을 뿐이다.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이 사랑이라면 그 사랑에 빠져야 한다. 가슴에서 타오르는 이 불길이 금방 꺼지고 말 욕망이 아니라면, 단지 사랑에 빠지고 싶다는 열망으로 만들어낸 신기루가 아니라면, 지금 이 사랑 속에 뛰어들어야 한다. 사랑의 횡단보도에는 빨간불이 없다. 나를 보고 건너오라고 손을 흔드는 그 사람의 손이 파란 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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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함께라면 아무리 오래 같이 있어도 지겹지 않을 것이다. 같은 곳을 바라보다가 피곤해지면 잠시 어깨를 빌려 기대도 될 것이다. 당신은 내 표정을 읽고, 내가 듣고 싶은 질문의 답까지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다른 사람들이 모르는 나만의 장점을 알아차리고, 진가를 알아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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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말하고 싶다. 고맙다고. 이 세상 많은 사람들 중에서 나를 알아봐줘서, 언제나 든든하게 내 곁에 있어줘서, 그리고 너무 늦게 당신을 알아봐서 미안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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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가슴속 슬픔을 빨래의 물기처럼 증발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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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요.. 소울메이트

 

처음부터 완벽한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이 완벽한 사람이다.

고마워요, 나를 사랑해줘서.

내가 사랑할 수 있게 해줘서. 내 노래를 들어줘서.

 

 

조진국 < 고마워요, 소울메이트 >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