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너머 풍경/감성 - 통하는문

내 거울 속의 쇼반 / 낸 골딘

다연바람숲 2013. 11. 1. 17:40

 

 

낸 골딘 , < 내 거울 속의 쇼반> , 베를린, 1992년

 

- 승화란 고통이 아름다움으로 변형되는 과정 -

 

많은 경우, 슬픈 일들이 더 슬퍼지는 건 우리가 혼자 슬픔을 견디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의 근심을 저주로, 또는 우리의 사악하고 저열한 성격을 노출시키는 불운의 손길로 경험한다. 그래서 우리의 고통에 품위같은 건 전혀 없고, 고통은 우리의 기형적인 본성에 딱 들어맞는다고 느낀다. 최악의 경험에서도 존엄을 지키려할 때 도움이 필요하다면, 예술은 우리가 그런 경험을 사회적으로 표출하도록 해주기 위해 우리 곁에 존재한다.

 

아주 최근까지 동성애는 거의 미술의 영토 바깥에 머물렀다. 낸 골딘의 작품에서 동성애는 신의 구원을 받은 듯 예술의 핵심 주제로 떠올랐다. 골딘의 작품은 동성애자들의 삶을 관대하고 세심하게 바라보는 시선으로 가득하다 우리는 첫눈에 그 점을 의식하지 못할 수 있지만, 거울에 비친 자신을 들여다보는, 우리가 어렴풋이 레즈비언임을 알아챌 수 있는 젊은 여성의 사진은 더없이 섬세한 구성을 보여준다. 열쇠는 거울 장치에 있다. 방안에서 여자는 초점을 벗어나 있고, 직접 보이는 부분은 얼굴의 옆면과 흐릿한 손 뿐이다. 사진의 악센트는 그녀가 방금 전까지 사용한 화장 도구에 있다. 그녀가 세상에 보여주고 싶은 그녀, 인상적이고 스마트한 모습, 세련되고도 웅변적인 손은 모두 거울 속에 있다. 이 작품은 " 나는 당신이 우리에게 보여주고 싶어하는 당신을 보고 있습니다. 내가 보기에 당신은 사랑하고 사랑받을 가치가 있습니다." 라고 말하는 친절한 목소리처럼 기능한다.사진은 보다 세련되고 우아한 자신이 되기를 바라는 갈망을 이해하고 있다. 이 소망은 물론 누가 봐도 당연하고 명백하지만, 수 세기 동안 다른 이유들과 함께 골딘같은 예술가가 없었다는 이유로, 함부로 소망될 수 없었다.

 

 

 

알랭드 보통 < 영혼의 미술관 >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