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원래 집이었다. 유진 갤러리의 이유진 관장은 자신이 살았던 20년도 더 된 주택의 내일을 갤러리로 정했다. 그렇게 예술과 디자인, 추억과 시간이 공존하는 장소로 가꿔가고 있다. 에디터 곽소영 | 포토그래퍼 이종근 1 이유진 관장이 작품을 감상 중인 공간도 방이던 공간을 그대로 활용한 것. 2 25년 된 집의 원형을 그대로 두고 내부만 개조해 완성한 유진 갤러리의 현관 모습. 영락없는 주택의 앞모습이다. 집이라는 착각이 드는 갤러리의 문을 여는 행위부터 유진 갤러리의 참신함은 시작된다. 3 삭막한 겨울 풍경에도 불구하고 오붓한 유진 갤러리의 마당. 4 자신의 아파트 거실에서 거의 10년을 사용해오고 있는 암체어에 앉은 이유진 관장.
'결혼 전 부모님과 함께 살던 집이에요. 25년 전 공간을 나온 신인 건축가에게 부탁해 지었죠. 자식 모두를 출가시키고 연로하신 부모님께서 더 이상 주택을 관리하기 힘들겠다며 이사를 선언하셔서 그때부터 이 집의 용도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죠.' 하나둘 점령해온 빌라들의 틈바구니 속에서도 꿋꿋이 제 모습을 잃지 않고 자리를 지켜온 집은 붉은 벽돌을 쌓아 완성한 공들인 외관, 계단을 통해 마당과 현관까지 이르는 입체적인 입구가 범상치 않다. 메자닌 구조로 층을 나눈 내부, 오래될수록 멋을 더하는 나무와 돌, 블록 유리 등 마감재도 인상적이다. 수평과 사선을 조화롭게 섞은 천장 구조와 담백하게 정돈한 마당도 이 집의 좋은 표정을 만드는 요소다. 살면서 손볼 필요도 없었고 더 이상 손볼 필요도 없는 단단하고 기특한 집이다. 단순히 오래 살아 정이 든 집 이상의 아우라를 갖고 있는 유진 갤러리는 이유진 관장에게 집 이상의 의미를 갖는 공간이었다. 그리고 그 의미에 애정이 더해진 결과 집은 갤러리라는 제2의 삶을 살게 됐다. 1,2 빈티지 원형 테이블이 놓인 공간은 본래 다이닝 공간이었고 디자이너 오세환의 암체어가 놓인 공간은 본래 거실이었다. 지하와 위층을 오르내리는 나무 계단은 집의 추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2월 중순부터는 가구와 예술품의 관계를 현실적인 관점에서 들여다보는 두 번째 전시 를 소개할 예정.
지난해 말 열렸던 개관전 역시 갤러리가 가진 '집'의 의미에 주목한 전시 . 집과 갤러리, 작품과 생활이 갖는 경계에 대해 생각해보고 조화를 찾아내는 의미 있는 시작이었다. '문턱이 높은, 어려운 갤러리가 아니라 언제나 'Welcome!'인 분위기의 갤러리를 꿈꿔요. 활발히 활동하는 젊은 작가들을 소개하고 그 작업을 보여주면서 교류하는 장소가 되고 싶고요. 작업에 경계는 두고 싶지 않아요. 디자인, 순수, 설치까지 다양한 방식의 작업을 소개할 생각이죠. 집이라는 형태의 특성을 살려서 작품과 가구를 병행해가며 소개하고 싶어요. 지하에서는 다양한 미술 관련 워크숍도 진행해볼 계획이고요.' 그녀의 말처럼 유진 갤러리의 방향은 현재 진행형인 동시에 미래형이다. 열심히 찾아가고 개척할 생각이다. 1 다이닝룸에는 작가 정수진, 김수영의 작품과 함께 이유진 관장의 과거 작품이 사이좋게 걸려 있다.
2 어머니가 물려주신 고가구, 조각보, 자수 베개와 빈티지 가구로 채워진 다이닝룸이 대비를 이루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컬렉터이자 물건에 대한 남다른 심미안을 가졌던 어머니의 영향이 그녀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진 것 같다. 인상적인 나무 책장은 전시 중이던 일본 작가의 작품을 구입한 것. 3 아파트 현관으로 들어서면 이유진 관장의 작품이 인사를 건넨다. 정면으로 딸아이의 방도 보인다. 4,5,6 어머니가 물려주신 앤틱 가구, 거의 10년을 사용해오고 있는 암체어, 미국 유학 시절 구입했던 빈티지 가구와 회화 작품이 어우러진 이유진 관장의 아파트 거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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