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연의 입구 쪽, 몇 개의 종이 걸려있어요.
학교 종 하나, 삽작종 몇 개, 풍경 한쌍, 말방울...
그 방울이며 종 아래엔 굴뚝에 키우는 백화등이 자라고 있지요.
그런데 그 백화등의 줄기가 슬며시 종들을 매달아놓은 문살을 타고 또 벽을 타고 오르고 있어요.
줄기 하나는 벌써 문살 위에 매달아놓은 워낭에까지 닿았어요.
슬며시라는 말,
그 말 또 얼마나 은근한지 저 줄기들을 보면서 또 얼마나 슬몃 웃음이 나던지요.
바람이 불어도 꼭꼭 매달려 울지않는 종이지만 그 소리들은 하나같이 맑아요.
어느 종 하나 뎅강뎅강 흔들어 저 은근슬쩍 백화등 놀래주고 싶은 걸,
오늘은 자박자박 빗소리가 좋아서 참아줬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