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끝내 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으나
그 흔적을 고스란히 상처로 받아낸 것들이
먼저 풍경을 지우고 겨울이 되었다
마지막 안간힘으로 남은 달력들은
막차의 시간표처럼 끝을 여백으로 남겨두고
시간의 덧셈 뺄셈에 속도를 가하기 시작했다
매번 끝장인 사랑과
매번 막장인 연애는
진눈깨비처럼 내려서 쌓이지않고
젖은 길 위로 위태로운 발자국만 젖어서 간다
너무나 가벼워서 무게가 되지못한 관계들과
한번도 제 안의 상처를 드러낸 적 없는 심장과
언제나 반송되는 우편물처럼 수신되지 못한 마음과
상실의 이유를 가난으로 치부한 유치한 자존심들이
12월의 가지 끝에
길고 긴 변명들을 내걸고 있다
20111210 美
'창너머 풍경 > 단상 - 바람엽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충청도 말에 대하여 / 한창훈 (소설가) (0) | 2014.09.30 |
---|---|
참고 참으며 경계하고 경계하라 (0) | 2012.09.05 |
春來不似春 (0) | 2012.02.17 |
당신은 고독한가요? 외로운가요? (0) | 2012.01.10 |
생각이 달라졌다 (0) | 2012.01.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