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팔월 / 이병률

다연바람숲 2011. 8. 14. 00:17

 

팔월 / 이병률

 

 

 

  햇살은 그런대로 칠월의 사고들을 비추고 있습니다

 

  날개 없는 새가 그리 날아갈 수는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동안

  칠월은 가난했습니다

  더군다나 한 번도 무언가에 쓸려갈 거라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이 생은 도처에 나를 너무 낳았습니다

  어쩌면 나를 버릴 때도 올 것 같아서였습니다

 

  차도 위 사람이 쓰러져 누운 형태로

  그어진 흰 선 모양은

  칠월을 지나는 길에 누워 있는 나입니다

  언젠가 한번은 수박 더미가 깨져 뒹굴던 그 자리임이 분명합니다

 

  그렇게 힘이 든다면 안녕.

  햇살은 일부분을 지우는 나를 주의 깊게 비추고 있습니다

 

  흰 줄 아래

  날개를 퍼득이며 나는 뒤틀리고 있습니다

  없어지고 있습니다

 

  강이 보일 때까지 달리자던 약속은 끊고

  안녕.

  칠월은 가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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