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월 / 이병률
햇살은 그런대로 칠월의 사고들을 비추고 있습니다
날개 없는 새가 그리 날아갈 수는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동안
칠월은 가난했습니다
더군다나 한 번도 무언가에 쓸려갈 거라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이 생은 도처에 나를 너무 낳았습니다
어쩌면 나를 버릴 때도 올 것 같아서였습니다
차도 위 사람이 쓰러져 누운 형태로
그어진 흰 선 모양은
칠월을 지나는 길에 누워 있는 나입니다
언젠가 한번은 수박 더미가 깨져 뒹굴던 그 자리임이 분명합니다
그렇게 힘이 든다면 안녕.
햇살은 일부분을 지우는 나를 주의 깊게 비추고 있습니다
흰 줄 아래
날개를 퍼득이며 나는 뒤틀리고 있습니다
없어지고 있습니다
강이 보일 때까지 달리자던 약속은 끊고
안녕.
칠월은 가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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