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이별의 질서 / 서안나

다연바람숲 2011. 8. 1. 21:44

 

 

 

 

 

 

 

이별의 질서  / 서안나

          —악양에서 이별을 생각하다

 

     

 

 

   간절한 얼굴을 눕히면 기다리는 입술이 된다

 

   한 사내가 한 여자를 큰물처럼 다녀갔다 악양에선 강물이 이별 쪽으로 수심이 깊다 잠시 네 이름쯤에서 생각이 멈추었다 피가 당기는 인연은 적막하다

 

   내가 당신을 모르는 것은 내가 아직 나를 모르기 때문이다 슬픈 육체가 육체를 조금씩 밀어내던 창백한 그 여름 당신의 등은 짚어낼 수 없는 비밀로 깊다 꽃은 너무 멀리 피어 서러움은 뿌리 쪽에 가깝다

 

   사랑을 통과한 나는 물 위를 미끄러지듯 달리던 비애 우리는 어렵게 만나고 쉽게 헤어진다 내가 놓아 보낸 계절들 물결로 밀려드는 이별의 질서 나는 당신이란 한 문장을 쉽게 놓아 보내지 못한다 강물에 손을 담그면 당신의 흰 무릎뼈가 젖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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