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시간/끌림 - 풍경

매화꽃 피려는데 당신은 잘 지냅니다

다연바람숲 2011. 2. 15. 23:33

 

겨우 내 피고 진 매화꽃 기특하고 아름다워

그 꽃잎 한 잎도 버리지 못했습니다.

꽃 진 자리 한 잎 두 잎 초록빛 잎들이 나고

그 초록 순하고도 싱그럽게 짙어지는데

마지막 꽃 잎 채 지기도 전에 또 꽃망울이 맺혔습니다.

저 초록빛 사이로 다시 흰매화, 눈물겹게 환하겠지요.

그 꽃빛따라 창밖으로 또 봄이 오겠지요. 아름답겠지요.

 

울지말라는 것이겠지요.

서러워하지 말라는 것이겠지요.

꽃 지기 전에 잎이 나고 잎 지기 전에 또 꽃이 피니

그 무엇도 떠나는 것이 없는 셈입니다.

그 누구에게도 안녕을 말할 시간이 없는 셈입니다.

그렇게 위안을 얻으라는 것이겠지요.

 

붙잡으려해도 떠나야하는 겨울과

기다리지않아도 오는 봄, 처럼

세상엔 우리의 의지로도 어쩔 수 없는 인연들이

다가오고 스쳐간다는 것이겠지요.

그렇게 저기 또 봄이 오고있다는 것이겠지요.

 

매화꽃 피려는데 당신은 잘 지냅니다.

나는 잘 지내나요?

 

 

 

 

 

 

 

 

 

 

 

 

 

봄, 양화소록 / 조용미

 

 


올봄 하릴없이 옥매 두 그루 심었습니다
꽃 필 때 보자는 헛된 약속 같은 것이 없는 봄도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답군요
내 사는 곳 근처 개울가의 복사꽃 활짝 피어 봄빛 어지러운데 당신은 잘 지내나요
나를 내내 불들고 있는 꽃 핀 복숭아나무는 흰 나비까지 불러들입니다
당신은 잘 지냅니다
복사꽃이 지는데 당신은 잘 지냅니다 봄날이 가는데 당신을 잘 지냅니다
아슬아슬 잘 지냅니다
가는 봄 휘영하며 홍매 두 그루 또 심어봅니다 나의 뜰에 매화 가득하겠습니다

 

 

 

 


시작노트

 

"떨어지는 꽃잎처럼 뚝뚝, 마음도 지더라."

꽃이 핀다 꽃은 왜 피어서 마음을 그리도 어지럽히는가, 고요하게 하는가
봄에 피는 꽃들은 봄에 진다 그걸 바라보는 사이 봄이 간다
그리고 기적처럼 또 봄이 찾아온다 우리는 꿈속인 듯 서러히 한 계절 넘어간다
그럴 때 떨어지는 꽃잎처럼 뚝뚝,마음도 지더라 --조용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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