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 / 박이화
밤새 보태고 또 보태어 쓰고도
아직 못다한 말들은
폭설처럼 그칠 줄 모릅니다
우리, 그리움에 첩첩이 막혀
더 갈데 없는 곳까지 가 볼까요?
슬픔에 푹푹 빠져 헤매다
함께 눈사태로 묻혀 버릴까요?
나 참 바보 같은 여자지요?
눈오는 먼 나라 그 닿을 수 없는 주소로
이 글을 쓰는 난 정말 바보지요?
그래도 오늘 소인까진
어디서나 언제라도 유효하면 안 될까요?
끝없이 지루한 발자욱처럼 눈발,
어지럽게 쏟아지는 한길가
빨갛게 발 시린 우체통이
아직 그 자리를 서성이며 기다리고 있군요
한편에선 쿨룩이며 숨가쁘게 달려온 제설차가
눈길을 쓸고 거두어 위급히 병원 쪽으로 사라집니다
아, 그렇군요
내 그리움도 이렇게 마냥
응달에 쌓아 두어선 안 되는 거군요
아직 남은 추위 속에
위험한 빙판이 될 수 있겠군요
슬픔에 몸둘 바 몰라
저 어둔 허공 속 지치도록 떠도는 눈발처럼
나, 당신 기억 속에 쌓이지 말았어야 했군요
그러나,
그러나 그 사랑이 전부이고 다인 나에게는
해마다 어디로든 추운 겨울은 오고
큰 눈 도무지 그치지를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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