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오늘의 결심 / 김경미

다연바람숲 2010. 12. 13. 14:47

 

 

 

 

 

 

 

 

 

 

오늘의 결심 / 김경미

 


라일락이나 은행나무보다 높은 데서 살지 않겠다
이른 저녁에 나온 별빛보다 많은 등을 켜지 않겠다
두 개의 귀와 구두와 여행가방을 언제고 열어두겠다

 
밤하늘에 노랗게 불 켜진 상현달을
신호등으로 알고 급히 횡단보도를 건넜으되
다치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티끌 같은 월요일들에
창틀 먼지에 다치거나
내 어금니에 내 혀 물리는 일이 더 많았다
 

함부로 상처받지 않겠다
 

내 목에 적힌 목차들
재미없다 해도 크게 서운해하지 않겠다
 

한계가 있겠지만 담벼락 위를 걷다 멈춰서는
갈색 고양이와 친하듯이
 

비관 없는 애정의 습관을 닮아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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