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시간/끌림 - 풍경

바람의 금지구역에... 꽃, 피다.

다연바람숲 2010. 12. 14. 18:20

 

 

 

 

 

 

 

 

 

 

 

 

 

 

 

 

 

 

 

 

바람의 금지구역 / 강영은

 

 

 바람의 행보는 벼랑을 넘으면서 시작 된다 관계의 사이에 서식하는, 사랑 합니다, 사랑 합시다, 라는 종결형 어미에 대하여 대답하는

 

행간에 머리를 들이민 바람의 눈에 아직 발견되지 않은 문장은 마른 풀 쓸리는 벌판, 수백만 마리의 새떼가 날아가는 장면은 그 다음에 목격 된다

 

고도 높은 울음이 통과할 때마다 피기를 반복하는 북북서의 허공을 바람은 꽃으로 이해한다 사타구니를 오므렸다 펴는 바람의 편집증에 대하여 여러 번 죽어 본 새들은 안다

 

허공은 날개가 넘어야할 겹겹 벼랑이라는 것을,

 

서녘 하늘에 붉은 꽃 반죽이 번진다 허공에서 베어 나온 꽃물이라고, 당신은 바람의 은유를 고집 한다 내가 잠시 벼랑 너머를 바라본 건 그때였을 것이다

 

금지된 허공을 넘은 새들의 무덤이 벼랑 끝에 걸려 있다 바람은 벼랑을 끝내 읽지 못 한다

 

 

*

 

 

이름에서 바람을 떼어내고 보니 바람과 꽃이 한 몸이다.

수 많은 시인들이 꽃 속에 바람을, 바람 속에 꽃을 피웠다.

나는 끝내 바람이 되지 못했으므로 끝내 꽃도 되지 못한 셈이다.

 

계절을 거스르거나 추위에 저항할 어떤 힘도 없으므로

올들어 가장 추운 날이 될 거라는 일기예보에 소심한 반항이라도 하듯이

피려는 꽃과 피어난 꽃을 들였다.

 

꽃망울이 맺히기 시작한 장수매는 곧 붉은 꽃과 흰 꽃을 피워 올릴 것이다.

환타지, 환타직한 환타지아는 그 이름 그대로 꽃도 향기도 환상적인 꽃을 피웠다.

바람이 들지않는 곳, 여기가 꽃의 집이다. 내가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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