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RT OF ILLUSION
밀란에 사는 디자이너 커플의 작은 천국, 이들의 집에서 좁은 공간을 넓게 T는 예술적인 공간 활용 방법을 엿봤다
대리석 벽난로 위의 미러 패널은 길고 좁은 공간에 깊이감을 만들어낸다. 커다란 바닥 타일 역시 공간을 더 널찍하게 연출해 준다. 마페이(Mapei) 무광택 실란트로 처리한 노출된 벽돌 벽면은 대리석, 브라스, 스테인리스스틸 등 럭셔리하고 세련된 소재들과 인상적인 대비를 이룬다. 1970년대 빈티지 커피 테이블은 윌리 리조(Willy Rizzo) 제품.
밀란의 스타일리시한 커플, 발레리오 레오네와 나스티아 세르센.
루벨리(Rubelli) 패브릭으로 만든 쿠션들이 아늑한 공간에 생동감을 더해준다. 독특한 디자인의 ‘파이톤’ 체어는 톰 딕슨이 디자인한 것으로 카펠리니(Cappellini) 제품. 벽면에 장식된 페인팅 작품은 밀란 플리마켓에서 발견했다.
마당 딸린 넓은 집에서 산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도시 정글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에겐 작은 공간에서 최대의 활용법을 찾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게다가 멋까지 잃지 않으려면 말이다. 여기 밀란 도심 속에 위치한 한 디자이너 커플의 보금자리는 공간 활용의 아이디어로 가득하다. 아르데코풍의 팔라초 2층엔 패션 디자이너 발레리오 레오네(Valerio Leone)와 모델 출신 스타일리스트 나스티아 세르센(Nastya Shershen), 그리고 6개월 된 딸 클로에가 살고 있다. 이들의 아파트는 90㎡의 그리 넓지 않은 크기였기에 더 넓게 느끼게 하는 착시효과를 주는 게 필요했다. 이 숙제를 공간 디자이너 하네스 피어(Hannes Peer)에게 맡겼다.
5개월간의 공사 기간 동안 하네스는 내부를 재정비하면서 다용도 가구들을 디자인하고 수납을 최대화해 공간을 넓히는 건축적인 디테일을 더하는 데 집중했다. 가장 중요한 구조적 변화는 하네스가 만들어낸 디바이딩 벽면이다. 거실과 침실 사이의 벽면은 스테인리스스틸 소재의 다용도 파티션으로 만들어졌는데 거실 쪽에선 차분한 컬러의 가죽 소파가 놓인 안락한 벽면인 반면, 침실 쪽에서 바라보면 감춰진 수납공간이 되는 마술 같은 공간이다. “사실 이 벽면은 이탈리아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인 가에 아울렌티(Gae Aulenti)가 1971년에 설계한 알타나 팔라초 푸치(Altana Palazzo Pucci)의 인테리어에서 다양한 디테일을 따왔어요.” 하네스가 말한다. “아울렌티의 디자인은 스테인리스스틸, 독특한 외벽, 선반, 데이베드 등이 특징적인데 이 부부의 거실과 침실 사이의 스테인리스스틸 디바이딩 벽면 역시 아울렌티의 인테리어에서 영감을 얻었죠. 이 아이디어는 시각적으로도 강한 인상을 남기지만 빛을 반사하는 공간적 특성상 훨씬 더 넓어 보이는 효과를 지녀 좁은 공간에서 빛을 발하죠.”마찬가지로 이 집 거실에 있는 미러 캐비닛 역시 일석이조의 용도를 갖고 있다. 주변이 비치는 캐비닛으로 길고 좁은 룸에 심도가 더해지고 TV는 감춰졌다.
또 부부의 작업실을 겸한 다이닝 룸 입구의 오리지널 대리석 벽면은 절반이 커팅돼 있어 뒤쪽의 어두웠던 복도가 밝게 트여 보인다. 벽면이나 현관을 절반 정도 허물어 튼 이러한 방식은 거울로 만들어진 수납장이나 소품들과 어울려 한층 넓어 보이는 공간감을 만들어내고 있다. 멀리서 바라보면 마치 하나로 쭉 연결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렇다고 이 집이 공간을 넓히는 법이나 수납에만 신경 쓰느라 예술적 감각을 놓쳤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시선을 빼앗는 천장의 펜던트 조명은 키네틱 아트의 선구자 알렉산더 칼더에게서 영감을 얻어 산화된 알류미늄 소재로 만들었다.
집주인인 발레리오의 스타일과 개성을 드러낼 수 있도록 하네스가 직접 디자인한 것. “이 조명은 우리 집에서 가장 급진적인 ‘브루탈리즘’ 디자인이지만, 저는 정말 마음에 들어요. 제가 옷을 디자인할 때 타협하지 않은 측면과도 닮아 있거든요.” 발레리오가 말한다. 아파트를 둘러보고 나오는 순간, 스마트하게 그리고 예술적으로 공간을 넓히는 아이디어를 잘 공부하고 나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좁은 주방은 블랙과 고광택 표면을 활용하면 훨씬 넓어 보인다. 블랙 무광택 석영 조리대가 돋보이는 아코발레노 키친은 아렉스 (Arrex) 제품, 무라노 유리로 된 샹들리에는 안젤로 만자로티가 디자인한 비스토시(Vistosi) 제품. 에토레 소트사스가 디자인한 멤피스 세라믹 꽃병이 컬러플한 생기를 더해주고 있다.
다이닝 룸 겸 작업실은 인상적인 패턴으로 가득하다. 콜 앤 선(Cole & Son)의 ‘퐁텐블로’ 월페이퍼를 택해 집 전체의 모더니즘 디자인에 낭만적인 느낌을 더했다. 지오반니 오프레디 (Giovanni Offredi)가 디자인한 ‘파라카로’ 유리 테이블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작은 침실이 작게 보이지 않는 이유? 샹들리에가 천장까지 시선을 끌어당기고, 나지막한 침대가 거리감을 더하기 때문. ‘P3 라비니아’ 체어와 쿠션은 라차리니 픽커링(Lazzarini Pickering) 제품.
욕실 벽면 모자이크는 1960년대 조 폰티(Gio Ponti)가 설계한 타일 제품으로 본래 이 집에 있던 것을 그대로 살린 것. 라차리니 픽커링의 ‘P3 라비니아’ 벨벳 후프가 개성과 편안함을 더해준다.
바닥을 많이 차지하는 가구보다는 집 안 곳곳 미러 패널 뒤에 감춰진 수납장을 택했다.
사진 MARCO BERTOLINI
글 KARINE MONIE
에디터 임세은
디자인 이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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