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이토록 산만한 정원 / 성미정

다연바람숲 2017. 10. 14. 13:29

 

 

 

이토록 산만한 정원 / 성미정

 

 

 

일 만에 족히 일 미터는 자라는  

잭과 콩나무에나 나올 법한 식물도 자라난다  

갑자기 원추리가 자라나고  

비비추도 자라난다  

찔레꽃도 자라난다  

잎사귀만 보고는 가늠할 수 없던 식물들  

길이도 들쭉날쭉한 식물들이 자라난다  

 

일목요연하게 정원을 가꾸려던 의지는  

무성한 잡초와 알 수 없는 식물들의 기세 앞에  

슬슬 지쳐 가기 시작한다  

해바라기와 오래된 모과나무에는  

매미의 허물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서툰 정원사가 꿈꾸던 아름다운  

질서는 여기에 없다  

 

포기  

온갖 포기가 정원에 자라난다  

한 포기 두 포기 세 포기  

네 포기 다섯 포기  

세는 것도 힘들다  

다 포기다  

 

이렇게 산만한 정원에서  

이렇게 산만하게  

자라고 싶은 것들 모두 자라라  

시들고 싶은 것 모두 시들어라  

 

이 모든 산만함이 그리워질  

겨울이 오기 전에 더욱 산만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