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잣말의 계절 / 김지녀
푸르스름한 혀를 내밀고 너무 많은 말을 했어 너에게 나에게 우리에게 그러나 어떤 말을 해도 벌어지고야 마는 꽃잎들, 하나씩 사라지려고 하는 밤의 질문들,
바깥에서 피고 지는 것들이 나를 향해 돌진한다는 생각으로, 나는 피어나고 있다 빨간 의자가 척추를 세우고 악ㅡ악ㅡ대는 건 내가 붉지 않은 탓, 붉게 피어났다면 나는 좀더 붉었을까? 붉게 피어났다면, 피어났다면, 이런 생각들이 하나둘 이파리처럼 떨어지고 있다 피어났으므로 지고 있다
이것이 이별이겠지 그렇다면 나는 이별을 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 매 순간 절벽 아래로 뛰어내리는 사람 부러진 나의 기억에 붕대를 감고 앉아 오랫동안 걷지 못하는 사람 어쩌다 나는 네 옆에서 입을 벌리고 있는 거니? 내가 여기에 온 이유를 묻자, 혀가 납처럼 굳어버린다
여름은 어지러운 것
낭떠러지를 기어오르는 일처럼 하염없는 것
너에게 나에게 또 다시 피어나고 있는 것 그러니 펼쳐진 시간을 다 오므리고 떨어지는 저 꽃잎들처럼
이제는 입을 다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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