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가을 노트 / 문정희

다연바람숲 2015. 9. 9. 11:24

 

 

 

 

 

가을 노트 / 문정희

 

 

그대 떠나간 후

나의 가을은

조금만 건드려도

우수수 몸을 떨었다

 

못다한 말

못다한 노래

까아만 씨앗으로 가슴에 담고

우리의 사랑이 지고 있었으므로

 

머잖아

한잎 두잎 아픔은 사라지고

기억만 남아

벼 베고 난 빈 들녘

고즈넉한

볏단처럼 놓이리라

 

사랑한다는 것은

조용히 물이 드는 것

아무에게도 말 못하고

홀로 찬바람에 흔들리는 것이지

 

그리고 이세상 끝날때

가장 깊은 살 속에

담아가는 것이지

 

그대 떠나간 후

나의 가을은

조금만 건드려도

우우수 옷을 벗었다

슬프고 앙상한 뼈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