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행복했다는 말 / 황학주

다연바람숲 2015. 3. 11. 11:29

 

 

 

 

 

 

 

행복했다는 말 / 황학주

 

 

메밀밭 같은 하얀 파도가 캄캄한 마음 위를 지났다

 

그 말을 살짝 떨어뜨리듯

두고 가려 한 마음이 뭔데?

 

나는 그냥,

목이 긴 새처럼 쏙쏙쏙 가슴에 뭔가 박고 있으며

진흙덩어리처럼 흘러내리는 비를 맞고 있으며

 

눈앞이 캄캄한데 거기 파도와 무늬가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는 마음이 벽으로 서고……

 

이런 직립은 기절에 가깝지 않은가

 

그 말이 마음을 넘어오지 않는다는 것에 놀란다

 

멀리 보이는 두 겹의 수평선을 향해

새가 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