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너머 풍경/감성 - 통하는문

다프니스와 클로에 / 니콜로 피사노

다연바람숲 2015. 1. 9. 15:38

 

 

 

<처음 데이트할 때 우리가 얼마나 감사하다고 느꼈는지 상기시켜준다>

 

 

사랑과 관련해 예술의 치유성을 입증하고자 한다면,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하려고 노력할 때 취해야 할 태도들을 두드러지게 표현한 작품들을 (책, 명화엽서 세트,웹사이트,또는 미술관 전체에) 체계적으로 배열해보는 상상을 해볼 수 있으리라.

 

시작은 연인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어떤 것인지 보여주는 작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니콜로 피사노의 작품에서 많은 단서들이 그 특징을 보여준다. <다프니스와 클로에>에서 피사노는 사랑의 첫걸음, 즉 상대방의 사랑스러움과 우아함이 나에게 강렬하게 다가오는 순간을 환기시킨다. 다프니스는 클로에가 너무나 소중한 나머지 감히 만지지못하고 있다. 그의 모든 애정, 경의, 미래에 대한 희망이 그의 마음 속에서 생생히 깨어난다. 자신이 그녀에게 부족함 없는 존재가 되기를 원한다. 그는 그녀가 자신을 사랑하게 될지 아직 모르고, 이 의심은 그를 더욱 연약하게 만든다. 그의 눈에 그녀는 절대로 당연하게 주어진 존재가 아니다. 이 그림은 사랑하는 사람을 고맙게 여기는 감정이 어떤 것인지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그 표현의 아름다움 덕분에, 우리는 철학 논문의 언어로 묘사됐다면 충분히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을 깊이 있는 태도를 보게 되고, 확신하게 된다.

 

여러 해에 걸쳐 오랜 관계를 유지하며 가정생활을 공유하고, 그 와중에 섹스와 돈, 자녀 양육, 휴가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다투고, 습관에 젖어 상대방이 완전히 익숙해져버린 사람에게 이그림이 필요하다면, 그것은 슬프게도 기억 저편으로 사라져버린 애정의 느낌을 되살려주는 힘 때문일 것이다.

 

 

알랭드 보통 <영혼의 미술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