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너머 풍경/감성 - 통하는문

생일 Birthday / Marc Chagall

다연바람숲 2014. 12. 6. 13:07

 

7월 7일은 마르크 샤갈(1887-1985)의 생일입니다. 그의 연인 벨라는 아침부터 마을 근교를 돌아다니며 꽃을 꺾어  커다란 꽃다발을 만듭니다. 그리고 알록달록한 보자기와 숄, 달콤한 과자와 생선 튀김까지 연인이 좋아하는 것 모두를 들고 마을을 가로질러 그의 집으로 갑니다. 방에 들어서자마자 벨라는 잽싸게 파티 준비를 시작합니다. 그날이 자신의 생일인 줄 몰랐던 샤갈은 예기치 못한 방문을 받은 셈입니다. 종달새처럼 부지런히 움직이는 벨라를 바라보다가 샤갈은 이젤 위에 캔버스를 올려놓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여전히 꽃다발을 들고 있던 벨라는 마침내 샤갈의 색채의 마법에 걸려서 한폭의 그림으로 되었습니다. 그 순간을 그린 그림에 ‘생일’이라는 제목을 붙였습니다. 샤갈이 그린 그림은 단순한 생일 꽃다발을 든 벨라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그의 영원한 신부인 벨라에 대한 깊은 사랑, 평생을 그의 마음을 지배할 영혼을 사로잡은 사랑을 그린 것입니다. 그의 사랑은 꽃다발을 들고 있는 벨라를 바닥에서 떠오르게 했고, 샤갈 자신도 그녀를 향해 날아올랐습니다. 날아 오른 샤갈은 그녀의 귀에 살짝 키스하며 속삭입니다. 그 열정적인 고백에 깜짝 놀란 그녀는 눈이 동그래졌고 그들이 존재하는 공간은 비현실적인 것이 되어 버렸습니다. 창밖의 풍경들, 지붕, 안뜰, 교회, 꽃밭도 그들과 더불어 흘러갑니다.

 

샤갈은 “나의 인생‘이라는 자서전에서, 그리고 벨라는 ”첫 만남“이라는 글에서 사랑의 첫 순간을 상세히 기록하고 있습니다. 벨라가 친구 테아의 집에서 샤갈을 처음 보았을 때를 이렇게 쓰고 있습니다. ”머리가 타는 것 같다. 누군가가 가느다란 회초리로 나를 때리는 듯, 온몸이 아프다.“ 그녀가 평생 앓아야 하는 사랑이라는 열병이 시작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샤갈이 벨라에게 첫 말을 건넵니다. "당신 목소리가 아름다워요. 당신 웃음소리를 들었거든요.” 수줍은 벨라는 도망치듯이 친구의 집에서 뛰어나와 버립니다. 그녀의 뒤로 “눈꼬리가 아몬드처럼 갸름하고”, “막 튀어 오르려는 짐승” 같은 남자가 따라옵니다. 반짝거리는 하얀 이빨로 자기를 물어버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느끼며 달려가는 그녀의 귀에 그의 이름은 “크고 강하게 종소리처럼” 울립니다. 그녀는 이것이 한 번쯤 왔다가 지나가는 그런 사랑이 아니라 자신을 사로잡아 버릴 운명의 힘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 사랑에 끝내 승복하고만 그녀는 이렇게 씁니다.  “머리가 어지럽다. 나는 이제 창가에 서 있지 않고, 구름에게로 떠오른다. 그 남자의 구름에게로....... 나는 긴 잠을 잔다. 그리고 다른 인생을 살기 시작한다.”  가난한 집안의 9남매의 장남인 샤갈과 유복한 상인의 총명한 딸인 벨라의 사랑은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모스크바 대학을 다니던 벨라는 연극배우의 꿈을 접고 샤갈과 프랑스로 떠납니다. 벨라 로젠펠트가 아닌 벨라 샤갈이라는 “다른 인생”을 그녀는 살기 시작합니다. 샤갈이 이후에 썼듯이 해가 지날수록 그녀의 사랑이 그의 예술 속에 스며들어갑니다. 샤갈의 그림들 자체가 바로 그들의 사랑에 대한 진솔하고 아름다운 기록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