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事物 둥글고 넉넉한 자태, 복을 한가득 담다
예로부터 둥글고 넉넉한 형태의 사물 속에는 좋은 기운이 순환하며 복을 담고, 풍요로움을 상징한다 했다. 둥글고 투명한 우윳빛이 마치 달을 연상시킨다 하여 이름 붙여진 달항아리는 정월대보름 둥근 달을 보며 소망을 기원하듯 보는 이로 하여금 마음을 정화하고 복된 일상을 꿈꾸게 한다. 둥근 복주머니는 정초나 특별한 날에 선물해 액운을 쫓고 만복을 부르는 징표로 통용된 만큼 복을 담고 있는 대표적 그림으로 사랑받는다.
집 안의 외진 곳에는 기운이 순환하는 원형 그림을 걸어놓으면 좋다. 복도 끝에 놓은 약장 위에 둥근 보자기를 표현한 원형 그림을 걸었다. 복주머니를 연상시키는, 좋은 물건이 풍성하게 담긴 보자기 그림이 좁은 공간에 여유를 선사하는 듯하며, 붉은 컬러가 생기를 전한다.
그림 속의 실제 사물을 함께 매치하면 그림이 담고 있는 기운을 한층 강렬하게 전할 수 있다. 대형 달항아리 그림 한 점이 걸린 거실. 마치 집 안에 휘영청 보름달이 뜬 것 같다. 그림 앞에 실제 달항아리를 매치하니 달항아리에 담긴 복이 온 집 안을 유유히 순환하는 듯하다.
◆ 動物 자연의 생명, 행운을 전하는 징표
기복을 위한 그림의 단골 소재는 단연 동물이다. 12간지 동물을 비롯해 민화에 등장하는 동물과 생물은 모두 다산, 무병장수, 입신양명 등 인간의 행복을 기원하는 매개체로 통용되었다. 새해, 소망하는 바를 상징하는 동물이 담긴 그림 한 점을 걸어둔다면 소원 성취에 작은 도움이 될 것이다.
민화에 등장하는 동물 중 까치는 반가운 소식을 전하는 길조(吉鳥)다. 현관이나 창문가에 까치 그림을 걸어둔다면 집 안에 좋은 소식이 빨리 찾아올 수 있다고.
우리나라 전통 12간지 동물은 악귀를 쫓는 수호신이자 복을 부르는 매개체. 하지만 실제 이를 주인공으로 한 민화를 현대 공간에 매치하기란 쉽지 않다. 대신 이와 같은 맥락을 지닌 회화 작품을 선택한다면 얼마든지 그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현대 회화에 자주 등장하는 고양이는 민화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동물로 칠순, 즉 고희(古稀)를 상징하는 동시에 장수를 의미하는 존재. 요즘 반려 동물로도 인기가 높은 고양이는 민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퓨전 동양화와 서양화에서 다채로운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물고기 그림은 민화에서 '어해도(魚蟹圖)'라는 하나의 장르로, 물고기 종류별로 상징하는 염원을 표현한 것이 특징. 일반적으로 알을 많이 낳는다 해서 다산을 상징하고, 눈꺼풀이 없어 밤낮없이 눈을 뜨고 있기에 사악한 것을 경계하고 물리칠 수 있다 해서 벽사의 의미를 지닌다. 꽃과 함께 어우러진 물고기는 평화스러운 정경을 표현하며 현실에서 벗어난 해탈의 경지를 말한다. 연꽃과 두 마리 잉어는 시험에 모두 급제하라는 뜻.
◆ 色 음양오행, 순리와 순행을 따르다
색을 잘 쓰면 복을 받는다? 맞는 말이다. 우리 선조는 음과 양의 기운이 생겨나 하늘과 땅이 되고 다시 음양의 두 기운이 목(木)ㆍ화(火)ㆍ토(土)ㆍ금(金)ㆍ수(水)의 오행을 생성했다는 음양오행 사상을 기초로 한 오방색 황(黃), 청(靑), 백(白), 적(赤), 흑(黑)을 사용해 복을 불러들였다. 따라서 그림도 색상에 초점을 맞춰 선택한다면 효과적이다.
오방색의 하나인 청(靑)색은 만물의 소생과 순환을 뜻하기 때문에 생명의 에너지가 넘치는 공간을 꾸미고 싶다면 이런 색깔을 주조로 한 그림을 매치하는 것이 좋다. 순환과 풍요로움을 상징하는 원형에 푸른 연두색이 더해진 그림은 구자현 작가의 작품 '무제'로, 현대적인 세련미와 내추럴한 자유로움을 선사하며 활기찬 공간을 꾸미는 포인트가 된다.
오방색의 하나인 적색과 황색의 경계에 있는 주황색으로 표현한 그림. 주황색은 오방색에서 적색의 의미를 내포하는 동시에 식욕을 돋우는 색상으로 주방 또는 식탁 옆 등에 걸어두면 안정감과 활기를 동시에 선사할 수 있다.
에너지의 대명사로 통하는 빨간색. 오행 가운데 화(火)에 해당하는 적(赤)은 생성과 창조, 정열과 애정, 적극성을 뜻하며 무엇보다 가장 강한 벽사의 빛깔로 쓰였다. 게다가 적색은 남쪽을 관장하는 색깔로, 빨간색 그림을 남쪽에 걸어두면 활력이 넘치고 가족이 화목해진다. 컬러를 주제로 한 그림은 가능한 한 백색 도화지 같은 벽면에 걸어야 그 의미가 돋보인다.
황(黃)은 오행 중 토(土)에 해당하며, 우주의 중심이라 하여 가장 고귀한 색으로 취급되어 임금 옷을 만들었던 귀한 빛깔. 이는 부귀영화의 상징인 금색과 같은 맥락으로 재복을 부른다고 한다. 은은한 광채와 고급스러운 골드 그리고 실버의 조화가 돋보이는 그림은 파르트리초 트라바글리(Partricio Travagli) 작품으로, 온 가족이 둘러앉는 다이닝룸에 걸어놓아 밝고 희망찬 기운을 전파하고 번영을 기원한다.
◆ 自然 자연의 조화, 꽃처럼 만발하는 복
풍수 인테리어를 따르자면 그림은 불행을 막고 복을 부르는 징표가 된다. 다만 이를 효율적으로 누리고 싶다면 그림 자체의 메인 컬러는 기본, 그림 속에 표현된 자연물을 공간의 방향 및 사용자 조건에 맞게 조율해야 한다. 자연 풍경 중 꽃 그림은 꽃 자체가 갖고 있는 의미도 파악해야 한다.
집 안의 기운이 잘 돌 수 있게끔 남쪽에는 바다 또는 녹색 초원을 그린 풍경화를 걸어놓는 게 좋으며, 이때 그림 액자는 가능한 한 골드나 그린으로 매치하면 좋다. 또한 공간별로 보면 서재에는 호수, 바다를 그린 그림을 목재 프레임에 넣어 걸면 좋다.
그림 속에 등장하는 꽃은 저마다 뜻하는 바가 있다. 특히 민화에서 모란은 꽃 중의 왕으로 궁중에서 사용하는 병풍에 자주 등장할 만큼 부귀영화의 상징. 국화는 절개를 상징하지만 장수와 화목의 의미도 담고 있다. 연꽃과 매화는 군자의 꽃으로도 통하는데, 뭐니 뭐니 해도 화려한 색감, 만발한 생명력을 표현하는 데 인기 높은 꽃 그림 소재는 모란, 해당화, 국화, 매화, 연꽃, 접시꽃, 작약 등이 있다. 이 모든 꽃을 한꺼번에 그린 그림은 일 년 내내 꽃향기가 지지 않고, '인격의 완성'을 뜻한다 해서 예전에는 선비의 방에 놓았다 한다.
따라서 꽃 그림이라 하면 여자의 공간이나 여성 취향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남성의 공간에도 유효하다는 사실. 홍지윤 작가의 < 세상의 모든 꽃들 > 그림은 이처럼 다채로운 꽃을 화폭에 한꺼번에 담은 작품. 검은색 바탕 위에 울긋불긋 피어난 다양한 꽃의 하모니는 꽃이 갖고 있는 모든 에너지가 공간 속에 진한 향기로 전달되는 듯하다.
복을 부르는 꽃 그림의 대표인 연꽃 그림은 그 어떤 그림보다 기복의 의미가 강하다. 한 줄기 연꽃을 그리면 청렴결백을, 연꽃이 풍성하게 만발한 그림은 부귀를, 연밥이 들어 있는 송이를 포함한 연꽃을 그리면 귀한 자손을 기원하는 뜻. 한편 연꽃을 물고기와 함께 그리면 풍요로운 생활을 영위하고자 하는 뜻이고 제비가 연꽃 위를 날아가는 그림은 천하태평을 기원한다. 따라서 집 안에 연꽃 그림을 둔다는 것은 모든 길상을 마주하며 생활할 수 있다는 뜻.
기획:정미경 | 진행:이정민(ueber) | 사진:홍상돈 | 스타일리스트:김지영(K.one) | 어시스턴트:조현연, 김주연 | 장소협조:다미안(031-718-0188), 디자이너이미지(02-380-0000), 리모드(02-2015-9888) | 제품협찬:이노메싸(02-3463-7752), 로쇼룸(02-545-5417), 까레(02-545-9872), 루밍(02-6408-6700), 일루앤코(02-462-1333), 디자인토노(070-7864-77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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