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너머 풍경/순수 - 비우는말

사랑받을 것인가 죽을 것인가

다연바람숲 2013. 3. 5. 21:27

 

 

 

 

 

 

 

 

 

사랑의 첫번째 정의는 그러므로 부정적이다. 사랑이 나타날 때, 다른 쾌락들 (먹기, 읽기, 어떤 일이나 놀이에 몰두하기, 잠자기 등등)은 즉각적으로 소멸한다. 이때 정신을 사로잡는 생각은, 매혹하는 자가 정신을 유인하여 자기와 결합해버린다는 것, 정신의 작동을 방해하고 시간을 정지시켜버린다는 것이다.

 

사랑에서, 선택은 언제나 극도로 단순하다: 사랑받을 것인가 죽을 것인가.

 

그 나머지는 모두가 극도로 반동반자적인 것이다. 즉 사랑은 다른 모든 가치들을 폐기시키고, 한 시절을 신성화시키고, 개인의 국적을 박탈하고, 사회 계급을 탈사회화하는 등등이다. 갑자기 세계를 극단화시키는 이 얼굴만이 중요할 뿐이다.

 

 

                                                                                                파스칼 키냐르 <은밀한 생>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