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세탁소 / 김경미
부르주아 가을. 문패에 나프탈린 내건다. 지난
여름 해충처럼 괴롭던 관계들
얼씬도 마라
저 다리미 바닥으로부터 오는 자주벨벳의 가을
따뜻함이 스쳐내는 접신의 경지
맑은 어깨며 가슴을 되살려내는 저 대단한 의술 좀 봐
스러진 꽃들 생생히 되돋우는
저런 사랑
모든 변덕과 상처들 한약처럼 잘 다려내
마침내 온화함의 지복을 누리는
가을 세탁소 앞을 서성인다 구김 많은 한 벌의
옷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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