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너머 풍경/감성 - 통하는문

Dante and Beatrice - Henry Holiday

다연바람숲 2012. 8. 12. 11:48

 

Henry Holiday (1839-1904)
Dante and Beatrice 1883

 

단테가 베아트리체를 처음 본 것은 1274년 5월 초하루였다. 피렌체 최고의 손꼽히는 명문 포르티나리 가의 야외 파티에서였다.
부드러운 주홍색 드레스를 입고 허리에는 띠를 두른 열두 살의 베아트리체를 본 단테는 그대로 사랑에 빠져버렸다.
단테는 이 때의 기분을 훗날 <신생(新生, La Vita Nuova>)>에서 "(신보다) 더 강한 신이 나를 압도했도다"라고 적었다.
베아트리체도, 단테도 이미 당시의 정략결혼 풍습에 따라 정혼자가 있었지만,단테의 깊고도 격렬한 사랑을 잠재울 수는 없었다.
 
9년 후, 단테는 피렌체의 거리에서 베아트리체를 다시 만난다. 그것이 첫 만남 후 처음이자 마지막 재회였다.
베아트리체는 열두 살의 소녀에서 스물 한 살의 아름다운 여인이 되어 있었다. 흰 옷을 입고, 시중드는 사람 둘과 함께 아르노 강변을 걷고 있었다.
자신을 향한 단테의 정열을 알지 못하는 베아트리체는 그녀를 보고 그만 그 자리에서 굳어버린 단테를 발견하고는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한 뒤 그대로 가던 길을 따라 그 자리를 떠났다. 자신에게 주어진 단 한 순간의 눈빛을 영혼 깊숙이 새긴 단테는 집으로 돌아가 며칠 동안 그 짧은 순간을 되새기며 그녀를 생각했다고 한다.
 
단테는 그 꿈과도 같은 찰나의 재회 이후 두 번 다시 베아트리체를 보지 못했지만 죽을 때까지 베아트리체만을 마음에 허락한 단테의 사랑은 <신생>과 <신곡(神曲, La Comedia Divina)>를 통해 영원히 살아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