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속의 사막 / 문인수
눈에, 두어 알 모래가 든 것 같다.
안구건조증이다. 이럴 땐 인공누액을 한 두 방울
‘점안’하면 한결 낫다. 이건… 마음의 사막이 몰래 알 슬어 공연히 불러들인 눈물이다. 하긴,
사람의 눈물은 모두 사람이 만드는 것. 그 눈물 퍼 올려
너에게로 가야하는 메마른 과목이 있다.
“눈에 밟힌다”는 말은 참 새록새록 기가 막힌다. 그 누군가를 하필 가장 예민한 눈에다 넣고, 그 눈으로 자주, 사무치게 자근자근 밟아댔을 테니,
어찌 아프지 않았겠나, 눈앞이 정말 깜깜하지 않았겠나, 그래, 눈물 나지 않았겠나.
그리운 사정을 이토록 가슴에 박히는 듯 압축한, 극에 달한 절창이
세상 어디에, 언제, 또 있을까 싶다.
그러나 눈에, 그 엄청난 황사를 설마 다 몰아넣고 그걸 또 남김없이 밟으며 끝까지 헤쳐 갔겠는지… 아무튼, 사람의 눈물은 실로 무진장해, 그 강물
그 눈에, 방울방울 댔을 거다. 그러니까, 낙타는 제 눈 속의 배다. 하지만 본래,
도저히 가닿을 수 없는 것이 그리움 아니냐. 눈에, 눈물은 또 여물처럼 모래를 씹는 짐승,
그 슬픔 건너는 길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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